[인문사회]‘십자군’…대다수 십자군은 돈욕심이 없었다

  • 입력 2005년 5월 20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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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토머스 매든 지음·권영주 옮김/375쪽·1만5800원·루비박스

십자군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서는 오늘날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순수한 동기보다 정복에 따르는 경제적 이해가 앞섰으며, 성지 회복이라는 목표 자체도 단기간의 성공으로 끝났고, 이들의 군사 활동은 오히려 그리스도교 국가인 비잔틴 제국을 몰락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교수인 저자는 이런 견해가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당대 문서를 계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십자군 참여자의 대다수는 신앙심을 입증하기 위해 단기(單騎)로 전쟁에 나선 기사나 영주였다. 교황이 ‘획득된 토지는 군주에게 속한다’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영토 정복이 개인에게 부를 가져다 줄 가능성도 적었다. 결과적으로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88년간 장악했고 십자군 왕국은 192년 동안이나 존속했다.

십자군 운동이 이슬람권에 서구에 대한 증오를 심었다는 시각에도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당대 이슬람권은 이 운동을 헛수고로 끝날 수많은 외부 공격 중 하나로 치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으며, 20세기 서구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 뒤에야 십자군을 역사적인 증오의 대상으로 ‘발견’했다는 것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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