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100여명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

  • 입력 2005년 4월 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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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독도 앞바다 삼봉호 선상에서 고은 시인이 즉흥시 ‘독도, 동해 독도’를 낭송하고 있다. 삼봉호선상(독도 앞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4일 독도 앞바다 삼봉호 선상에서 고은 시인이 즉흥시 ‘독도, 동해 독도’를 낭송하고 있다. 삼봉호선상(독도 앞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독도여, 흔들리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네가 나를 흔들어다오.”(박정대)

“네 이름을 불러왔다. 네 이름을 불러 세상 가득히 너의 천년을 전하러 왔다.”(고은)

한국의 대표적 시인 100여 명이 4일 독도(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서 70m 떨어진 바다에서 배 ‘삼봉호’를 타고 독도 사랑을 담은 1행시를 잇달아 낭송하는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를 펼쳤다. 이 행사는 한국시인협회(시협)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문예진흥원 등이 후원했다.

이날 시인들은 높은 파도 때문에 독도에 배의 접안이 어려워지자 선상에서 이 행사를 가졌다. 고은 이근배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함민복 이윤학 씨 등 100여 명의 시인들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모두 7시간 동안 뱃길을 헤쳐 왔다. 행위예술가 무세중 무나리 씨 부부, 굿 누리 풍물패,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김경배 씨,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 씨도 함께 참가했다.

시인들은 눈발처럼 휘날리는 갈매기들을 뒤로한 채 미리 써온 자작시들을 낭송했다.

“독도의 하늘이 청명할 때/세계의 하늘이 청명하다/독도의 파도가 높을 때/풍랑이 온 세계에 퍼진다…7000만 겨레의 7000만 그루/보이지 않는 염원의 나무 자라는/미쁜 보석 독도”(성찬경)

“독도는 억조창생 때부터 한반도 땅임을 증명하러 나간 맨 앞의 사람”(조정권)

“아등바등 사는 고향, 비좁은 산천이 싫어서/일찍이 뛰쳐나가 대처에 뿌리 내린 삶/내 기특한 혈육”(오세영)

이에 앞서 김종해 시협 회장은 개막사에서 “지금 우리 영토를 우리 영토라고 외쳐야 하는 이 기막힌 정치적 현실이 서글프다”며 “이 현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독도에 와 있다. 독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민족의 숭고한 자존”이라고 말했다.

시협은 이어 편부경 시인에게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편 시인은 2003년 주민등록지를 독도로 옮기고 시집 ‘독도 우체국’을 펴낸 바 있다.

이날 저녁 울릉도로 돌아온 시인들은 5일 오전 1행시를 적은 100여 개의 천 모두를 울릉도 도동항에 세울 솟대에 내걸기로 했다. 독도 지킴이를 상징하는 이 솟대는 최대식 중앙대 미대 교수가 만든다.

삼봉호선상(독도 앞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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