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이동원 목사 “마음의 문부터 열자”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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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유대인 사상가 칼 포퍼(Karl R Popper)는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에 사상의 홍역을 앓게 된다. 그는 처음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했지만 공산주의 이상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를 경험하고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령을 벗어난다. 이후 그는 히틀러의 나치즘에 자신의 젊음을 걸었지만, 오래지 않아 전체주의적이고 광신적인 폭압의 실체를 발견하고는 뉴질랜드로 망명한다.

뉴질랜드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포퍼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현대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1945년)을 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의 어떤 주장이 과학적 타당성을 지니려면 적어도 그 주장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만이 다른 이의 의견에 마음을 열 것이고, 그때 비로소 사회는 물론 과학적 탐구도 열린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만 절대 옳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주장이나 생각에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TV방송사에서 ‘열린 음악회’를 시작한 이후 우리 사회에도 ‘열림’을 중시하는 흐름이 번지기 시작했다. 열린 교육, 열린 교실이 강조되고 열린 시장으로의 개방이 중요한 사회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가게 이름에도 열린 식당, 열린 공간이 등장하고 교회도 열린 예배를 드린다. 열린 진보, 열린 보수라는 말도 이제는 낯익은 용어가 되었다.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림’이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사용된다. 그것은 열린 기회를 의미하기도 하고,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열린 태도를 요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열린’ 진보적 지식인들의 생각에서 미래를 읽어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는 오히려 진보적 인사들이 마음의 눈과 귀를 닫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열린 사회는 진보나 보수만으로 설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는 단순히 닫힌 이분법으로 규정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열린 미래에서 희망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열리면 미래도 열리기 마련이다.

이동원 경기 성남시 분당 지구촌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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