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올라 4중주단 ‘콰트라 브라체’ 창단연주회

  • 입력 2005년 1월 1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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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네 명으로 이루어진 4중주단 ‘콰트라 브라체’. 왼쪽부터 이미자 이중오 최승해 김하영 씨. 사진 제공 피아노포르테
비올리스트 네 명으로 이루어진 4중주단 ‘콰트라 브라체’. 왼쪽부터 이미자 이중오 최승해 김하영 씨. 사진 제공 피아노포르테
‘문: 바이올린을 도둑맞지 않는 방법은? 답: 비올라 케이스에 넣으면 된다.’

인터넷 현악 사이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올라 농담’ 중 하나다. 바이올린보다 크고 소리가 낮은 비올라가 인기 없음을 사정없이 비꼬고 있다. 실제로 그럴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비올라가 인기 악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곡가들이 비올라를 위해 창작하는 신작도 바이올린이나 첼로보다 적지 않죠. 비올라의 심오한 소리가 자연과 내면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정서에 맞기 때문입니다.”

비올리스트 이중오 씨(35)의 말. 그와 동료 비올리스트인 이미자(44) 최승해(34) 김하영 씨(32)가 비올라만으로 구성된 4중주단 ‘콰트라 브라체’를 조직해 29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창단연주회를 갖는다. ‘브라체’란 독일어로 비올라를 일컫는 말.

“비올라는 깊은 베이스(저음)부터 고음까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한 가지 악기만으로도 앙상블이 가능하죠. 이것만으로도 비올라가 얼마나 매력 있는 악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이미자 씨)

비올라는 크고 무거워 어린이가 연주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비올라 연주자는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비올라로 방향 전환을 하기도 한다. ‘콰트라 브라체’의 네 사람은 어떨까.

이미자 씨와 김 씨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한 뒤 비올라의 소리에 반해 전공을 바꾸었다. 최 씨는 드물게 고교 1년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비올라를 일생의 동반자로 맞은 경우. 이중오 씨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다가 고교 3년 때 “체격 상 남자에게 맞다”는 주위의 추천으로 비올라로 바꿨다.

“입시를 위해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공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바이올린의 기교가 더 화려하기 때문에 입시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실제 도움이 되죠.” 그러나 김 씨는 비올라의 깊은 음색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면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이 악기의 진짜 매력을 모른 채 전공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네 사람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비올라 농담’들을 잘 알고 있다. “지휘자가 비올라 파트에게 ‘피아노(여리게)’라고 지시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소리가 컸죠. 다시 ‘솔로’(한 사람만)라고 지시하자 누가 연주해야 할지 몰라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나요.”

최 씨는 유학시절에는 이런 농담에 화를 내는 스승도 있었지만 이제는 비올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 그냥 웃고 넘어간다고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씨는 비올라의 깊은 매력에 빠져 이제는 주로 비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유리 바슈메트, 이마이 노부코 씨 등 역량 있는 비올리스트들이 여럿 등장해 비올라의 황금시대를 열었지요.” 이중오 씨는 21세기 음악계의 주역은 비올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콰트라 브라체’ 창단연주회에서는 바흐의 ‘샤콘’, 베토벤의 ‘세 대의 비올라를 위한 3중주곡’, 헨델의 ‘두 대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이 연주된다. 1만 원. 02-497-1973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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