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유자약전’…요절화가는 무엇을 그렸을까

  • 입력 2005년 1월 14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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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약전/이제하 지음/120쪽·9000원·이다미디어

소설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이제하 씨(68)가 1969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뒤늦게 배운 컴퓨터그래픽 삽화를 곁들여 다시 펴냈다. 이 소설은 스물일곱 살에 요절한 남유자라는 화가의 짧은 생애를 환상적 리얼리즘 수법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1960년대의 허무의식과 젊은이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자는 굴뚝에서 노란 연기가 나온다고 하루 종일 울어대는가 하면,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에서 뛰어내려 뇌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는 ‘괴짜’ 화가다. ‘나’가 그런 유자와 1년간 함께 살며 겪은 일들을 쓴 소설이다.

그림에는 전혀 손대지 않던 유자가 어느 날 창호지에 손가락으로 푸른 계열의 물감을 풀어 형태를 만든 뒤 없애 버리는 묘한 화법을 선보인다. ‘나’는 시샘과 두려움으로 유자의 빛나는 예술적 성취를 바라본다. ‘나’가 이루지 못할 예술적 성취를 꿈꾸는 동안 유자는 자신도 모르고 지냈던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어 1988년 후일담 형식의 장편소설 ‘소녀 유자’를 펴낸 바 있는 작가는 마지막 3부에 해당하는 ‘어린 유자’를 올해 쓸 계획이라고 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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