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대중의 지혜’…별난 개인들이 현명한 집단 만든다

  • 입력 2005년 1월 1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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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 폭발 직후 충격에 잠겨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지상관제소 직원들. NASA가 컬럼비아 호의 폭발을 막지 못한 것은 전문가 집단이 내린 여러 결론을 적절히 취합하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저자 서로워커는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 폭발 직후 충격에 잠겨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지상관제소 직원들. NASA가 컬럼비아 호의 폭발을 막지 못한 것은 전문가 집단이 내린 여러 결론을 적절히 취합하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저자 서로워커는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중의 지혜/제임스 서로워커 지음 홍대운 이창근 옮김/357쪽·1만5000원·랜덤하우스중앙

“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한탄했다.

“개인이 모르는 것을 집단이 알 수 있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영국 역사학자 로버트 칼라일의 단언이다.

과연 그럴까. 유전학과 통계학의 대가였던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도 ‘좋은 교육을 받은 소수가 권력을 쥐어야 사회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85세 때인 1907년이었다.

가축 품평회장을 둘러보던 골턴은 도살된 소의 무게를 맞히는 게임 현장을 보게 됐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내기에 참가한 800명이 낸 답을 받아 평균을 냈다. 평균값은 1197파운드. 실제로 소의 무게를 잰 결과는 1198파운드였다. 그는 훗날 “민주주의도 생각보다는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아는 지식은 불완전하다. 그러나 불완전한 판단을 적절히 합치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다.

19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직후 폭발했다. 관련 기업은 네 곳. 본체와 주 엔진을 제작한 로크웰, 지상 보조 장치를 관리한 록히드, 외부 연료탱크를 만든 마리에타, 고체 추진 로켓을 제작한 머튼 티오콜이었다.

모든 미디어가 ‘원인은 미궁’이라고 보도했지만 20여 분 뒤 다른 세 회사의 주가가 3∼6% 하락한 데 비해 머튼 티오콜의 주식은 심한 투매 때문에 거래가 중지됐다. 고체 추진 로켓의 결함이 사고를 불러왔다고 밝혀진 것은 6개월 뒤였다. 투자자들은 극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도 올바른 ‘집단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은 언제나 현명하게 판단하는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 붕괴나 폭동처럼 대중의 잘못된 결정이 파국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대중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와 통합 등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다양성’이란 동질적이지 않은 여러 집단이 판단과 결정에 참여해야 함을 뜻한다. 가축 전문가 800명보다 아무렇게나 불러 모은 800명이 ‘소의 무게’를 더 잘 알 수 있다.

‘독립성’이란 판단을 내리는 각자가 서로에게 가급적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 아프리카에서는 개미떼가 끝없이 원을 그리며 돌다가 전멸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앞에 가는 개미를 따르라”는 규칙이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분산화와 통합’이란 결정을 소수가 독점할 것이 아니라 여러 독립된 집단이 다양한 결정을 내리되 이 결정을 통합하는 메커니즘이 건전해야 함을 의미한다.

“집단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란, 합의나 타협이 아니라 불일치와 경쟁에서 온다.” 저자의 결론은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예스맨’들이 조직을 얼마나 노쇠하게 만드는지를 잘 알려 준다. “현명한 집단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개인들이 가능한 한 별나게 생각하는 것이다.”

원제 ‘The wisdom of crowds’(2004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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