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옥스퍼드 세계 영화사’…세계 영화史의 결정판

  • 입력 2005년 1월 21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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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세계 영화사/제프리 노웰 스미스 책임편집·이순호 외 7명 옮김/996쪽·5만9000원·열린책들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1891년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선보였을 때 영화란 마술이나 권투를 보여주는 1분짜리 볼거리였다. 그것만 가지고도 사람들은 장사진을 쳤다. 1895년에는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 그랑 카페에서 유료 영화상영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그 두 달 전 베를린에서도 막스 스클라다노프스키가 유료 영화상영에 나섰다. 영화는 ‘빅뱅’처럼 한 번 만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 이 같은 일들을 통해 인류사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의 발전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지구적 현상으로 이뤄졌던 영화의 역사에 대해 백과사전 방식으로 기록한 세계 영화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유럽 영화작품목록 공동연구소장인 제프리 노웰 스미스가 14개국 80명의 1급 영화 전문가들을 동원해 만든 책이다. 한글 번역 원고 분량만 1만 장, 색인 항목 역시 1만 개가 넘는다.

영화 강국들의 영화 운동과 탁월한 영화인들의 이력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영화사의 한계를 넘은 점이 돋보인다. 카메라와 와이드 스크린 등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영화의 예술적 발전, 시리즈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홍보에 미쳤던 영향,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 등 영화라는 산맥에서 뻗어나간 갖은 지맥들까지 아우른 위용이 웅장하다.

공간적으로는 구소련의 각 공화국들, 터키, 인도,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은 1996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출간돼 이후 한국 영화의 성장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영화사는 영화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으면 생명력을 잃는다. 이 책은 132명의 위대한 영화인들에 대한 미니 전기를 싣고 있는데 극장주, 검열관까지 포괄하고 있다. 인도의 대스타였던 M G 라마찬드란(1917∼1987)은 목동 인력거꾼을 비롯해 폭압적인 공장주에 맞서는 노동자 역할을 맡아 많은 인도 빈민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1967년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동료가 쏜 총알에 맞아 언어장애를 일으켰다. 그러자 “그가 회복되도록 신(神)에게 빌기 위해” 제물로 나선 사람들이 속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그는 이 해에 타밀나두 주의 정권을 잡았으며 죽는 날까지 주지사로 지냈다.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는 스타의 막강한 물신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대한 영화 역사의 특징적인 구석까지 비춰주는 이 책의 특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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