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튀는 극단 ‘간다’… 관객을 찾아 우리가 간다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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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더욱 열심히 공연을 ‘배달’하겠습니다.”

꿈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20대 젊은이들이 연극에 뛰어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예종) 졸업생들로만 구성된 극단 ‘공연 배달 서비스-간다’(이하 ‘간다’).

지난해 9월 극단으로 정식 등록한 ‘핏덩이’다. 단원 평균 나이 26세. 하지만 이들의 첫 작품인 ‘아카펠라 뮤지컬-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은 25일부터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축제’에서 앙코르 공연된다(1588-7890). 10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한 단독주택 지하실을 빌려 연습 중인 ‘간다’를 찾았다.

○ 단원 평균나이 26세 ‘젊은 극단’]

'공연 배달 서비스-간다' 단원들. -김동주 기자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지하 연습실은 난로 2개를 갖다 놓아도 발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11명의 배우들은 매트 위에서 물구나무서기, 몸 틀기 등 신체훈련이 한창이었다.

쉬는 시간 서로의 호칭은 “야” “너” “형” “오빠”. 그러나 연출 민준호 씨(28)와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서로 깍듯이 존대어를 썼다.

‘간다’(대표 오대석)의 창단은 예종 동문인 5명의 ‘술친구’들이 “‘만드는 사람은 즐겁고 보는 사람은 행복한’ 공연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학창시절 이들의 성격을 나타내던 ‘오 회장’ ‘민 교수’ ‘진 조교’ ‘성 배우’ ‘이 기사’라는 별명은 각각 극단 대표, 연출, 신체 트레이너, 배우 대표, 사무국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단원은 15명.

연극에 대한 이들의 꿈과 각오는 ‘공연 배달 서비스-간다’라는 극단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객이 극장에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문화 소외 지역에 직접 찾아 ‘가서’, 공연을 ‘배달’하겠다는 ‘서비스’ 정신이 창단 목표다.

○ 100만 원 초저예산 뮤지컬로 성공을 거두다.

이들의 첫 작품인 ‘아카펠라 뮤지컬-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지난해 10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4주간 공연됐다. 10명 남짓한 관객들을 놓고 막을 올린 이 작품은 “참신하다”는 입소문과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으면서 소극장에서는 쉽지 않은 3000만 원의 관람 수입을 올렸다.

이 작품은 원래 지난해 2월 예종으로부터 100만 원을 지원받아 교내용으로 만들어졌던 것. 이후 지방문화원, 지역축제 등에 나갔다가 공연기획자의 눈에 띄어 대학로에 ‘입성’했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이 작품에서 8명의 배우는 퇴장 한 번 안 하고 1시간25분간 무대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음향이나 효과음까지도 모두 배우가 소리로 해결하는 것이 특징.

“TV와 다른 ‘연극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다 만든 작품이에요. 결국은 소리와 움직임이라는 ‘현장성’이야말로 가장 연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민준호 씨)

○ ‘간다’ vs ‘뛰다’

예종 출신만으로 구성된 극단은 ‘간다’가 두 번째다. ‘간다’에 앞서 ‘뛰다’가 2001년 창단됐다. ‘뛰다’는 연출, 연기, 극작과 졸업생들이 골고루 모였다는 점에서 연기과 졸업생 중심의 ‘간다’와 다르다. “학창시절부터 워크숍 등 작업을 함께해 오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동문 극단의 장점을 꼽는다.

“극단을 만들면서 우리끼리 꼭 다짐한 게 있어요. 아무리 성공해도 학창시절 우정은 잃지 말자고. 만약 우정에 금 가는 일이 생기면 그동안 번 돈이든 빚이든 똑같이 나누고 해단한 뒤 술 한 잔 하는 좋은 친구로 계속 남기로….”(배우 성열석 씨)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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