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황태&과메기 겨울건강 미객

  • 입력 2005년 1월 9일 17시 09분


《이 무렵 동해안에서 건져 올린 명태와 꽁치는 겨울을 나면서 각각 황태와 과메기로 다시 태어난다. 황태는 필수아미노산이, 과메기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 맛도 맛이려니와 영양도 만점인 이들 식품의 모든 것을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과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황태▼

겨울이 깊어지면서 명태도 ‘익어간다’.

강원도 진부령 대관령의 고산지대. 영하 10도가 넘는 황태덕장마다 주렁주렁 명태가 매달려 있다. 밤에 얼었다가 낮에는 녹는다. 이렇게 서서히 3, 4월까지 명태를 말리면 비로소 황태가 된다. 그래서 황태를 ‘겨울 산이 빚은 작품’이라고 부른다.

색은 노릇노릇해지고 살은 통통하다. 육질은 솜사탕처럼 푹신푹신하고 입안에 넣으면 쫄깃쫄깃하다. 더덕처럼 보인다고 ‘더덕북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고 황태를 북어와 ‘동격’으로 치면 섭섭하다. 북어는 ‘따뜻한’ 바닷가에서 한달 정도 말린 것. 절반 정도만 말리면 ‘코다리’라고 한다.

황태는 전체 영양성분의 55∼60%가 필수아미노산 등 단백질이다. 그러나 명태와 북어는 그렇지 않다. 황태가 되면서 4∼5개월간 단백질이 2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칼슘이나 인, 칼륨 등 무기질 성분도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황태의 지방함량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콜레스테롤은 거의 없다. 칼로리도 낮아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꼽힌다. 얼리고 녹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염분도 모두 씻겨나가 맛도 담백하다.

황태찜, 황태구이, 황태콩나물국, 황태조림 중 어떤 음식이 최고인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주당(酒黨)’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황태콩나물국을 꼽을 것이다.

맑은 물에 콩나물을 넣고 소금을 살짝 뿌린다. 콩나물이 익으면 황태를 찢어 넣고 다시 끓인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썰어 넣고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다른 조미료는 넣지 말 것. 황태의 고유한 맛을 음미하지 못한다.

황태에 풍부한 메티노닌, 리신, 트립토판 등 필수아미노산은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도 황태는 몸 안에 축적된 독, 특히 술독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비타민C와 아스파라긴산이 있는 콩나물도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한마디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한방에서는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 황태콩나물국을 먹으면 땀을 쉽게 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도 말한다. 황태는 열을 가하면 살이 쉽게 풀어지는 성질이 있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다양한 요리만큼 황태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껍질이 하얗게 되면 ‘백태’,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 검게 나오면 ‘먹태’라고 부른다.

명태의 이름도 헷갈릴 정도로 많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명태를 ‘생태’, 겨울에 잡아서 얼린 것을 ‘동태’, 명태의 새끼를 ‘노가리’라고 한다. 이번 겨울에는 밤에는 춥고, 낮에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최상품의 황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입이 즐겁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과메기▼

연일 계속되는 칼바람 속에 주당들의 입맛을 돋우는 물고기가 또 있다. 퇴근 후 쫀득쫀득 고소한 과메기 쌈에 소주 한 잔. 해질녘부터 군침이 돈다.

과메기의 고향은 경북 포항시 구룡포. 꽁치를 겨울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이 과메기다. 처음 먹는 사람은 ‘이렇게 거무스름하고 축축한 걸 왜 먹나’ 궁금하기 마련. 그러나 한 번 맛들이면 ‘소주 생각’이 곧 ‘과메기 생각’이 된다.

과메기는 바닷가 서민들의 소박한 삶에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밤에는 차고 밥 짓는 동안은 더웠던 겨울철 부엌이 과메기의 건조장이었다. 아궁이 연기가 빠져나가는 살창에 엮어 걸린 꽁치가 얼고 녹고를 반복하면서 숙성됐던 것.

등푸른생선의 대표 격인 꽁치에는 EPA와 DHA 등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뇌 기능을 촉진한다. 류머티즘,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잘 숙성된 과메기는 생 꽁치보다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더 많다.

과메기는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아 소주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비타민P, 빈혈을 예방하는 비타민 B12, 피부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비타민A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불포화지방산은 산소 빛 열 세균 습기 등에 의해 변질되기 쉽다. 이때 독성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숙성 과정에서 직사광선을 피하고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또 꽁치는 지질 함량이 쇠고기의 2배를 넘으므로 과식하는 것은 체중 조절에 좋지 않다.

수요가 늘어난 요즘은 8∼12월에 잡은 북태평양산 냉동 꽁치를 건조한 것이 주로 유통된다. 머리를 떼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다음 2∼3일 말린다. 기름기가 적은 근해산 꽁치는 칼을 대지 않고 보름 이상 통째로 말린다. 과메기 마니아 중에는 껍질을 벗기고 속살만 먹는 이 ‘통마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통마리는 배를 가른 ‘배지기’에 비해 씹는 느낌이 좀 푸석하다. 그러나 지방이 살 속에 배어들어 고소하고 담백하다. 적당히 축축하게 말랐을 때 먹어야 하는데 유통이 까다로워 내륙에서 맛보기는 쉽지 않다.

과메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쪽파, 생마늘과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돌김이나 생미역에 싸 먹는다. 초고추장은 너무 달지 않아야 과메기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비릿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김치에 싸 먹으면 좋다. 2∼3년 전만 해도 추울 때만 과메기를 팔았다. 기름기가 많아 날이 따뜻하면 쉽게 상하기 때문. 지금은 가공과 유통 기술이 좋아져 진공 포장으로 1년 내내 맛볼 수 있다. 그래도 과메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제철’은 찬바람 쌩쌩 부는 지금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