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하비로’…조조 보물지도 행방 싸고 朝-中-日 다툼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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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로/이인화 지음/364쪽·8500원·해냄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38·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7년 만에 낸 신작 장편소설이다. ‘하비로(霞飛路)’는 중국 상하이의 실제 거리 이름. 이 소설은 19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조선인 청년 예술가 집단 보희미안 구락부 사람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역사 추리물이다. 조선인 형사 이준상이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겼다는 보물지도 발구도(發丘圖)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중국 일본 조선의 암흑세력과 격전에 휘말리는 과정을 다뤘다.

1930년대 하비로에는 세계 최대 마약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이곳에서 알코올과 모르핀으로 세월을 탕진하던 보희미안 구락부의 박서진이 잔인하게 살해된다. 이후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목 잘린 시체에는 ‘▽’ 표시가 새겨진다. 살인 현장에서는 의미를 판독하기 어려운 기묘한 문자들이 함께 발견된다.

주인공인 이준상은 사건의 열쇠를 쥔 채 사라진 댄서 리리를 뒤쫓던 중 그녀의 뒤를 캐는 또 다른 세력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상하이 마약시장을 지배한 청방의 조직들과 일본의 야쿠자들, 조선인 폭력조직 일심회 등이다.

박서진의 방에서 발견된 한 권의 노트와 북참 우정국 사서함 열쇠는 이준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것은 6년 전 태평천국운동을 연구하던 대학강사 시절 이준상 자신의 노트다. 이준상은 사실, 기억장애 환자였던 것.

노트에는 도굴로 부를 축적했던 조조의 비밀 무덤에 묻혀 있던 보물지도 발구도가 태평천국운동 세력들에 의해 상하이 오송항 앞바다에 가라앉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준상이 사서함 열쇠를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청방, 야쿠자, 일심회가 맞붙으며 하비로에서 암흑세력 간의 전쟁이 일어난다.

최근 들어 소설 창작보다는 온라인 게임과 시나리오 창작에 몰두했다는 이인화는 국문학과에서 공대 산하인 디지털미디어학부로 적까지 옮겼다.

작가는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감성에 맞는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다빈치 코드’ 등 번역서를 중심으로 지적 스릴러물이 올 독서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산 지적 스릴러를 표방한 ‘하비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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