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색열전…다양한 주제 책 발간 붐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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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해 408일간 세계일주를 하고 사진집을 펴낸 주하아린(오른쪽) 빈진향 씨 부부가 인도의 한 열차칸에서 찍은 사진. 사진제공 좌린과 비니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해 408일간 세계일주를 하고 사진집을 펴낸 주하아린(오른쪽) 빈진향 씨 부부가 인도의 한 열차칸에서 찍은 사진. 사진제공 좌린과 비니
부부가 함께 쓴 책들이 잇달아 나와 관심을 끈다. 과거에는 서로 주고받은 편지류나 학문적 공동 관심사를 펴낸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 나온 책들은 뮤지컬, 된장, 여행 사진에서부터 결혼 칼럼까지 주제가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

미국 뉴욕에 사는 뮤지컬 칼럼니스트 이수진(33) 조용신 씨(36) 부부는 관객의 눈으로 본 ‘뮤지컬 스토리’(숲)를 펴냈다. 이들은 지난 7년간 매년 50여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뮤지컬의 역사와 산업을 짚는 보고서 성격의 책을 냈다. 각각 드라마와 음악을 공부하러 뉴욕에 갔던 두 사람은 뮤지컬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미국인 스티븐 손드하임 씨(74)의 중매로 만났다. 연애를 하면서 ‘대본’과 ‘음악’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감상순서는 달랐지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일치했기 때문에 책을 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은경(30) 김용섭 씨(33) 부부는 ‘결혼’을 화두로 칼럼을 쓰는 부부 칼럼니스트. 남편은 대학강사이자 디지털 칼럼니스트이고, 아내는 디자인 전문매체 에디터다. 여러 매체에서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2030세대를 위한 쿨한 결혼 제안 48’이라는 부제를 달아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북인)를 펴냈다. 이들은 결혼한 부부이지만, “부디 제대로 할 사람만 결혼을 선택하고, 그럴 자신이 없는 사람은 독신을 선택하라”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맛 칼럼니스트 이진랑 씨(37)와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남편 이경우 씨(39) 부부는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된장 명장(名匠)들을 찾아다닌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지난해 11월 행장을 꾸려 경기 양평 수진원, 경북 김천 정월농장, 경북 안동 제비원, 전북 군산 옹고집 장집, 충북 괴산 호산죽염식품 등 12곳을 찾아다닌 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의 달인들’(지오북)을 펴냈다.

책에는 선문답 같고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 된장 장인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아내는 전문지식을 동원해 된장을 품평하고 남편은 말동무 겸 비평가 역할을 하면서 책에 실릴 생생한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곧 젓갈과 김치에 대한 책도 펴낼 예정이다.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만난 주하아린(29) 빈진향 씨(30) 부부는 전형적 신세대 부부. 408일간의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 홍익대 앞 예술시장에서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팔고 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 짧아 결혼했고, 함께 있어도 아쉬움이 많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22개 국 세계일주 사진집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랜덤하우스 중앙)를 펴냈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나선 여행길에서 어마어마한 자연에 압도되고 멋진 풍경에 넋을 잃고 다른 삶을 체험해보면서 서로를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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