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35>용서(容恕)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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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상을 보노라면 容恕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임을 실감한다.

容은 금문(왼쪽 그림)에서만 하더라도 內(안 내)와 口(입 구)로 이루어졌는데, 內는 納(들일 납)의 원래 글자이며 口는 그릇의 입을 상징하여, 어떤 물체를 용기에다 넣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래서 容의 원래 뜻은 ‘담다’, ‘收容(수용)하다’이다.

하지만 소전체로 오면서 容의 형체가 조금 변해 지금처럼 면과 谷으로 구성되었다. 집(면)은 사람이나 물건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며, 특히 골짜기(谷)는 굳이 노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텅 빈, 지극히 넉넉한 공간이다. 속이 가득 차 있으면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비어야만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듯, 빈 공간은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상징이다.

恕는 如와 心으로 구성되었는데, 如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다시 女(여자 여)와 口(입 구)로 이루어져 ‘말(口)을 잘 따라야 하는 여인(女)’, 즉 순종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글자이다. 이로부터 如는 ‘따르다’, ‘같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心은 원래 심방이 잘 표현된 심장의 실제 모습을 그렸으며, 옛사람들은 마음이나 생각이 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기에 心은 사고활동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恕는 ‘마음(心) 가는대로(如) 하다’는 의미이다. 마음처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증자는 공자의 사상은 한 마디로 忠(충)과 ‘恕’라고 했을 정도로 용서(恕)는 공자의 핵심적인 실천 도덕이었다.

이처럼 容恕는 속에 어떤 것이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는 것이요, 그 비워진 마음(心)이 시키는 대로(如), 그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순자의 ‘성악설’도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순수하고 착하다고 본 ‘성선설’이 중국의 전통적인 이해였다. 그래서 恕는 바로 그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결정하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바로 ‘容恕’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마음 속 본래의 생각과는 달리 항상 자신이 처해 있는 입장과 상황 속에서 상대를 대하고 자신이 살 방도를 찾기 쉽다. 그것은 항상 자신 속에 들어 있는 원래의 마음과는 다르게 변질되어 나타나도록 만든다. 그것을 경계하여 언제나 텅 빈 마음처럼 해야 한다는 경계를 담은 것이 容恕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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