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이종명 스튜디오서 만난 동화같은 가구

  • 입력 2004년 8월 12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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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씨
《가구 디자이너 이종명씨(39)의 가구는 동화 같다.

탄탄한 소나무 목재에 입힌 빨강, 파랑, 보라, 초록 등 화려한 원색은 서정적인 꿈을 준다.

조개껍데기와 형형색색 크리스털 구슬로 만든 벽걸이 파티션 장식물은 산들 부는 바람에 풍경 소리를 내고

햇볕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패션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감성이 크게 주목 받는 시대.

10여년째 100% 수공예 주문 제작 가구를 만들어 온 그가 마니아 고객 사이에 화제다.

경기 분당에 있는 이종명 스튜디오 매장을 찾아가 그와 그의 가구들을 만났다.》

○ 가구를 이루는 요소들

▽꽃과 나비=물감으로 가구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는 그는 주로 원색의 꽃과 나비 문양을 사용한다. 짙은 오크색 콘솔 서랍이나 나무 옷장 문에 화려한 꽃밭을 그려 넣는 식이다. 어린이용 가구로도 수요가 많지만 집이 넓은 40대 부부들이 즐겨 찾는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가수 이승환과 탤런트 채림 부부, 방송인 최유라씨도 단골 고객이다.

▽버건디 와인색=그가 만든 버건디 와인색 나무 식탁은 풍성한 느낌의 유럽풍 앤티크 의자와도, 차가운 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의자와도 썩 잘 어울린다. 크로스 코디 인테리어가 얼마든지 가능한 색상이다. 화려한 원색이지만 깊은 멋이 우러나오는 건 그의 가구 디자인이 절제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수도원의 소박하고 청아한 가구 느낌을 사랑한다.

▽나무와 비즈=짙은 오크색 나무 가구들은 단면이 두껍고 묵직해 신뢰감을 준다. 반면 그가 만드는 비즈 벽걸이 파티션 장식물은 지극히 여성스럽고 로맨틱하다. 거실 한가운데 조명에 길게 늘어뜨릴 수도 있고, 창가에 둬 햇빛을 반사하게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종이를 활용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어린이=그는 끔찍이도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구를 만든다. 노란색 자동차와 아들의 이름을 그린 파란색 나무 액자, 딸의 이름을 넣은 나무 트럭 모양의 CD 수납함, 벽걸이용 가족 우체통,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옴직한 삼각 지붕 모양의 조명틀…. 그의 가구는 가족 사랑을 연결하는 주요 매개물이다.

○ 인터뷰

―당신의 나무 의자는 지나치게 딱딱하다. 의자 본연의 기능은 휴식 아닌가.

“나는 나무 의자가 주는 긴장감을 추구한다. 푹신한 소파 위에 널브러져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휴식인가. 경건한 의자에서 올곧게 앉아 독서하고 사색했으면 좋겠다.”

―저기 놓여 있는 둥근 등받이의 빨간색 나무 의자는 눈에 많이 익은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미하엘 토네트의 곡목 의자에 손수 빨간색을 칠했다. 그는 휘어진 너도밤나무 목재의 휘어짐을 의자의 미학에 활용했다. 아름답고 가볍고 견고하기에 유럽의 노천카페 대부분은 이 의자를 사용한다. 이 의자는 앉을 수도 있고, 액자와 전화를 올려 둘 수도 있다. 서울 을지로 5가에서는 카피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당신의 가구는 관점에 따라 유치해 보일 수도 있고, 쉽게 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길수록 동화 같은 평온함을 찾는다. 유사 색상끼리의 배합은 편안하지만 밋밋하다. 분홍색과 올리브 그린색, 짙은 파란색과 오렌지색 등 보색을 잘 매치시킬수록 감각이 세련된 것이다.”

―공간을 분할하는 파티션, 콘솔, 침대 발치에 두는 러브 체어가 최근 트렌디 가구 아이템인 것 같다. 파티션의 적당한 높이, 콘솔과 러브 체어의 위치 등에 대해 알려달라.

“파티션은 사람 눈높이보다 낮은 게 좋다고 생각한다. 흔히 현관과 마주보는 빈 벽면에 두는 콘솔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인 거실 복도에 측면으로 두는 것이 멋스럽다. 러브 체어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웬만하면 집에 가구를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가구는 조연이고, 사람이 주연이다.”

글=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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