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미술을 만나면…미술 전시장 갖춘 골프장 늘어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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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 블루헤론 클럽하우스 앞에 설치된 세계적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조각작품. - 사진제공 블루헤론CC
경기 여주 블루헤론 클럽하우스 앞에 설치된 세계적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조각작품. - 사진제공 블루헤론CC
골프와 미술. 여유와 사색의 스포츠인 골프와 미술은 궁합이 잘 맞는다. 더구나 골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다 보니, 미술 컬렉터들도 많다. 작가 중에도 골프 마니아가 많다. 한국화가 민경갑씨, 서양화가 김태호씨나 조각가 박석원씨의 골프 실력은 화단에서도 알아준다.

○ 작가-컬렉터 골프 마니아 많아

제주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이왈종 화백 역시 골프 마니아다. 그는 평소 골프를 소재로 한 그림도 즐겨 그린다. 울긋불긋한 캔버스 위로 볼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몇몇이 둘러서서 그 모양을 지켜본다. 또 한쪽에서는 잃어버린 공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이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부리나케 클럽을 챙겨 필드로 나서고 싶어진다.

제주 핀크스 골프장은 이 화백의 골프 그림을 아예 골프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로비 프런트나 레스토랑 출입구 등에 그의 그림이 걸려 있고, 커피잔 모자에까지 그의 그림이 도안으로 사용됐다. 심지어 ‘왈종 룸’이라는 연회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골프를 소재로 한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2004년). - 사진제공 노화랑

핀크스뿐 아니라 요즘 개장하는 골프장에는 아예 ‘골프장 옆 미술관’ 개념으로 골프장을 전시장으로 꾸민 곳도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남촌골프장(경기 광주시)은 클럽하우스 안에 90평 규모의 전시관을 따로 만들어 600여점의 고미술품과 도자기 소장품들을 돌려가며 전시한다. 소장품 가격이 골프장 건설비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 소장품 가격 골프장 건설비 맞먹어

골프장 경영주이면서 고미술품 컬렉터이기도 한 남승현 회장이 40년 동안 모은 것들이다.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 등 조선시대 명필가들의 글씨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의 그림은 물론 고려청자, 청화백자, 분청사기들이 골퍼들을 맞는다.

하이트 개발이 운영 중인 블루헤론 골프장(경기 여주군)도 웬만한 갤러리 수준을 넘어선다. 로비, 레스토랑, 화장실, 코스 옆 등에 내로라하는 미술품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백남준, 문신, 이우환, 유영국, 오수환, 최종태, 곽인식, 노상균, 고영훈씨의 작품에서부터 헨리무어, 안드레아 거스키, 페르난도 보테로의 회화, 사진, 조각에 이르기까지 명품들이 즐비하다. 골프 마니아이면서 미술품 애호가인 박문덕 회장이 수집한 것들이다.

황주리 작 '그대 안의 풍경'(2004년). - 사진제공 노화랑

골프장 미술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는 “블루헤론뿐 아니라 프리스틴 밸리, 춘천CC 등 골프장을 갤러리처럼 운영하는 곳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골퍼들 중에는 그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많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노화랑 골프주제 전시회

이런 열기를 이어받아 ‘골프’를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이 12∼31일 갖는 ‘골프 이야기’ 전은 한국화 서양화 조각 분야 등에서 미술인 17명이 골프를 소재로 한 작품 40여점을 내놓는 전시다.

민경갑씨는 전원을 배경으로 원색의 골프복을 차려입은 골퍼들을 담았고 송영방씨는 수묵담채로 골프장 풍경을 스케치하듯 묘사했다. 지석철씨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의자와 골프공을 배치했고, 황주리씨는 골퍼가 지구본 모양의 골프공을 날리는 풍경을 그렸다. 대리석으로 만든 한진섭씨의 ‘상큼한 예감 Ⅰ’은 쪼그리고 앉아 필드를 바라보는 골퍼의 모습이다. 벌써 20여점은 판매 예약이 됐다. 02-732-3558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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