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우주를 머금은 저 힘찬 소나무… 김재학展

  • 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45분


김재학 작 ‘소나무’(2003년). 나무 아래 부분과 하늘을 과감히 잘라 내고 밑에서 위를 쳐다보는 구도로 그린 이 작품은 감각적인 붓 터치가 살아 있어 생기가 넘친다. 사진제공 선화랑
김재학 작 ‘소나무’(2003년). 나무 아래 부분과 하늘을 과감히 잘라 내고 밑에서 위를 쳐다보는 구도로 그린 이 작품은 감각적인 붓 터치가 살아 있어 생기가 넘친다. 사진제공 선화랑
대상의 재현에 충실한 전형적 구상화가 김재학씨(52)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7월1일∼20일 개인전을 갖는다. 소나무, 벚꽃, 호박꽃, 장미 등을 그린 정물연작과 숲, 파도 등 풍경을 그린 40여점이 나온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에 선 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화폭 속에 이 녹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동감 넘치는 정물과 풍경이 나온다. 단순한 사실적 묘사를 뛰어넘어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배경은 관조와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절제한 것이 이번 작품들의 특징이다.

나무 아래 부분과 하늘을 과감히 끊어 내고 밑에서 바라보는 구도로 소나무 숲을 그린 ‘소나무’ 연작은 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감각적인 붓 터치가 살아 있어 생기가 넘친다. 풀밭에 질그릇이 놓여 있고 그 위에 한 마리 새가 살아있는 듯 노래하는 모습을 그린 ‘봄’은 자연을 통해 얻은 작가의 내면적 감흥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배치와 배열이 엿 보인다.

화병에 꽂힌 흰 장미 꽃다발, 화면가득 눈부시게 만개한 벚꽃, 회색 담벼락 잎사귀 그늘을 배경으로 피어 있는 노란 호박꽃,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 성나게 치는 파도 등은 단순한 묘사를 뛰어 넘어 작가의 손과 상상력으로 새롭게 창조된 자연 속 생명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작가의 필치는 감각적인 리듬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대상 자체를 충실히 묘사해 인공미와 자연미가 팽팽한 긴장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해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뛰어난 데생력과 정확한 구도, 절제와 유희가 적절하게 조화된 붓질을 하고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02-734-045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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