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공청회 “억지춘향식 설치… ”

  • 입력 2004년 5월 28일 20시 32분


현행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바꾸는 것을 놓고 28일 오후 공청회가 열렸다. 문화관광부 김갑수 예술진흥과장의 사회로 문화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80여명이 참석했다.

대안공간 풀 박찬경 디렉터의 주제발표에 이어 전업작가협회 소속 조각가 김성회씨, 화랑협회 소속 예원화랑 염기설 대표, 미술인회의 성완경 운영위원장, 미술협회 신영진 감사의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왜 무엇을 고치나=현행 문화예술진흥법 11조는 일정규모(연면적 1만m², 층수 10층) 이상의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때 건축주가 건축비의 0.7%만큼 돈을 들여 미술작품을 설치해야한다. 이 미술장식품의 시장 규모는 문화부 통계로 2002년 한 해에만 전국 747점, 515억원이었으며 작품당 평균가격은 약 6900만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미술시장 총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큰 규모.

발제자 박씨는 “이 시장을 둘러싸고 건축주, 제작자에 브로커까지 끼어들어 가격 담합과 리베이트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미술장식품도 단지 준공허가를 얻기 위한 억지춘향식 설치가 대부분이어서 시각공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씨가 대안으로 제시한 방안은 현행 제도를 공공미술(Public Art) 개념으로 바꿔 건축주의 부담비용을 0.5%로 낮추고 현물 설치 대신 기금으로도 납부할 수 있게 하자는 것. 박씨는 “대규모 건축물은 비록 소유주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사용하는 사람, 보는 사람은 공중이므로 공공미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금제를 도입할 경우 이를 공정하게 운영 집행할 공공미술센터를 발족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쟁점=이날 제기된 논란은 미술장식품 시장의 부패는 과거 이야기이며 공공기금으로 전환하면 실효성이 있겠는가 하는 점. 염 대표는 “요즘에는 많은 대형 건설회사들이 투명경영을 하고 있고 작품선정도 임원진은 물론 여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조각가 김씨는 “공공미술센터 설립문제는 시민단체가 몇 년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인데 만약 설립된다면 특정 인맥이 주도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게다가 선택사항이라 하더라도 건축주 개인의 돈을 국가가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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