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문학관서 ‘문학의 정물화’ 문인의 문방사우展 열려

  • 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20분


지난해 작고한 조병화 시인이 생전에 쓰던 문방구와 애장품들. 조 시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프와 베레모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 영인문학관
지난해 작고한 조병화 시인이 생전에 쓰던 문방구와 애장품들. 조 시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프와 베레모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 영인문학관
원로 문학비평가 이어령 강인숙씨 부부가 세운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영인(寧仁)문학관’은 10일부터 5월 30일까지 작고 문인 30명과 생존 문인 70명 등 100여명의 문인들이 즐겨 써 온 서재용품과 육필원고들을 전시한다.

원고는 작품의 서두와 결말 부분. 이 문학관의 제7회 정기전시회로 ‘언어와 사물과의 만남-작품의 서두와 문방사우 전’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소설가 박완서씨(73)가 단편 ‘해산바가지’를 쓸 때 모티프가 된 바가지와 장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모티프가 된 노리개가 얼른 눈에 들어온다.

작가 이광수씨(1892∼1950년)가 생전에 지니고 다니다가 말년에 딸 이정화씨에게 물려준 영문판 신약성경도 전시된다. 하도 품에 안고 다녀서 네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것이 눈에 띈다.

작가 안수길씨(1911∼1977년)는 대나무 피리를 잘 불어 여러 번 신문에 소개되곤 했는데 이번에 그 피리와 생전에 쓰던 다리 부러진 안경이 나온다.

강석경씨가 신작 ‘미불’을 쓰는 과정에 인도로 취재여행을 갔다가 가져온 테라코타 마스크 접시와 ‘미불’ 원고도 전시된다.

문인들의 필기도구도 갖가지다. 성춘복 시인은 옛날에 쓰던 깃털 펜부터 ‘몽블랑’ 등 만년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기도구들을 내놓았다.

지금도 펜으로만 작품을 쓰는 작가 최인호씨의 만년필, 작가 심상대씨가 썼던 타이프라이터 등도 출품된다.

영인문학관장을 맡고 있는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는 “남편(이어령씨)이 과거 ‘한국과 한국인’을 쓰면서 고심할 때 내가 친구에게서 얻어준 볼펜을 잡자 글이 술술 풀려나오는 이상한 체험을 했다”며 “그때부터 나한테 자꾸 그 볼펜을 얻어 달라고 해서 나한테는 ‘재앙’이었다”며 웃었다.

영인문학관은 전시회 개막행사로 10일 오후 3시 추은희 송영 이순원 심상대씨 등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반∼오후 5시.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 3000원(초등∼고교생 2000원). 02-379-3182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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