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박성애 씨“내 직업은 ‘마셜’… 척보면 압니다”

  • 입력 2004년 3월 23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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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마셜 박성애씨는 ‘외국인이 첫 대면하는 한국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강병기기자
여성마셜 박성애씨는 ‘외국인이 첫 대면하는 한국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강병기기자
여행객이 항공편으로 한국 땅을 밟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입국장에 버티고 선 ‘마셜’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바로 그것.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여행객 가운데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과 그냥 통과시킬 사람을 순간적으로 선별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검사 대상을 너무 많이 지정해 빠져나가는 속도를 지체시켜서도, 그냥 막 통과시켜서도 곤란하다. 손에 든 가방과 차림새를 살펴보는 데에 집중력이 요구되는 업무 탓에 2인1조로 1시간씩 교대로 일을 한다.

지난달 인천공항 세관 입국장에 배치된 ‘새내기 마셜’ 박성애(朴星愛·26·여)씨는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이게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전혀 몰랐다. 지난해 말 인터넷에 뜬 모집공고를 우연히 보고 ‘짧은’ 준비를 한 그는 운 좋게도 3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7명에 포함됐다.

“입국하는 외국인이 첫 대면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점에 끌렸습니다.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문구도 마음에 들었고요.”

‘기능직 10급 공무원’인 마셜은 예전엔 40, 50대 남성 직원들이 담당해 왔지만 비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4년 전부터 전원 여성으로만 충원되고 있다. 고졸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어서 대졸 출신이 다수 합격하는 추세. 취업난이 심각해 우수인력이 몰리면서 명문대 출신도 더러 있다고 세관측은 밝혔다.

박씨가 시선을 고정시키는 여행객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우선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입국장을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경우다.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 제일 먼저 나오거나 일행도 아니면서 단체관광객 사이에 파묻혀 나오는 사람도 요주의 인물. 아울러 짐을 찾고도 서성거리는 등 불안한 행동을 하면 검사 대상으로 지정되기 쉽다.

“웃는 얼굴에는 침 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가방검사 대상을 지정하는 악역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하면 잘 따라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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