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인터넷서 폭발적인 인기 강풀의 ‘순정만화’ 책으로

  • 입력 2004년 2월 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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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의 저자 강풀씨는 '첫장편이어서 부담스러웠으나 사랑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다보니 스스로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문학세계사
'순정만화'의 저자 강풀씨는 '첫장편이어서 부담스러웠으나 사랑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다보니 스스로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문학세계사
“왜 그러구 섰어요, 웃기만 하고.” “그냥요, 좋아서요.”

만화 ‘순정만화’(문학세계사)의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에는 감정의 과잉이 없다. 웨이브 머리에 쌍꺼풀의 눈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고 과도한 운명의 엇갈림이나 얼토당토않은 상황 전개도 없다. 주위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네 주인공이 일상생활 속에서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순정만화’는 순정만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수줍음을 잘 타고 남녀관계에 어리숙한 30세의 노총각 김연우, 당돌하고 자신의 감정에 숨김없는 고2 여고생 한수영.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이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조금씩 서로에게 이끌린다.

여기에 실연의 아픔을 가진 26세의 처녀 권하경과 짱구머리에 주먹코를 가진 고2 남학생 강숙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4명의 사랑이 전개된다.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www.daum.net)에 연재 중인 ‘순정만화’는 총 페이지뷰 3200만건, 독자 리플 25만건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조교제’가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지만 점차 연재가 이어지며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순수함에 ‘악플’(비난성 리플)은 싹 들어가 버렸다.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며’ 김연우가 담배를 끊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일과를 알려주는 한수영의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모습은 우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어린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어른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 강숙과 연하 연인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를 쌀쌀맞게 대하는 권하경의 미묘한 감정에서는 사랑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한수영은 당돌하면서도 자기주장이 확실한 여자 주인공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가 김연우 앞에서 처음 한 말이 욕설(?)이라는 것 역시 이 만화의 현실감을 보여준다.

문학세계사 김요일 기획이사는 “독자들의 리플에서 보듯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따뜻하고 순수한 사랑을 원하는 감정은 변함없다”며 “스토리를 이어가는 힘과 말없이 전해지는 사람에 대한 느낌을 잔잔하게 표현하는 그림체가 이 만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자 강풀(30·본명 강도영)은 인터넷을 통해 등단해 정치색 짙은 만화나 똥이 난무하는 엽기적 만화를 그렸다. 그는 ‘순정만화’로의 변신에 대해 “실타래처럼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풀어 쓴 것”이라며 “현재 26개의 에피소드를 그렸는데 43화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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