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예쁜 모양으로 무얼 그릴까?'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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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무동'

김홍도 '무동'

◇예쁜 모양으로 무얼 그릴까? 외 4권/ 종이비행기 글/ 각권 36∼40쪽 각권 7500원 중앙출판사(3세 이상)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아기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반응합니다.

연필을 쥐고 ‘추상화’만을 그려대던 아이가 어느 날 동그라미 비슷한 것을 그려 놓는다면 그날은 아이의 장래 직업이 화가로 결정되는 날이지요. 또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책의 한 구절을 어느 순간 아이 입에서 듣게 될 때 엄마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기도 합니다.

‘오감으로 만나는 명화 여행’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책들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 화려한 색채나 단순한 선과 모양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게 합니다.

이름난 화가의 그림과 옛날 우리 조상들이 그렸던 민화와 수수한 동양화를 보면서 유아들이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상상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어른들의 개입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모양을 인지할 때 다른 것보다 먼저 알게 되는 것이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들이지요.

시각편, ‘예쁜 모양으로 무얼 그릴까?’를 보면 명화 속에 담긴 여러 가지 모양들을 찾아 볼 수 있어요.

아이에게 고흐와 마티스, 칸딘스키라는 화가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렸을 적 놀이로 경험한 그림책의 기쁨은 내적 성숙으로 이어져 아이를 변화시킬 거라 생각해요.

반복되는 말놀이와 함께 그림을 보면서 감각을 상상해 보다가 실제 사물을 보았을 때 그 감각이 되살아나는 경험은 아이가 자라면서 얻는 큰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아이들이 외국의 유명한 화가 그림은 친근하게 여기지만 동양화는 낯설어 하는 것을 봅니다. 어렸을 적부터 자주 보고 들었던 것에 익숙하고 친근한 것처럼, 아이들이 동양화를 자주 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에 언뜻 보면 칙칙하게도 보이고 단조로운 색감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어른들의 선입관도 한몫 했을 테고요.

그런데 이 시리즈의 청각 편 ‘쉿! 귀를 기울여 봐!’는 모두 동양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을 보며 개구리와 풀벌레 소리를, 김홍도의 ‘서당’그림에서 천자문 외는 소리를, ‘무동’을 보며 우리 전통 악기가 내는 소리의 신명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유아들 그림책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양화가 이렇게 소리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보면서 킁킁거리고, 살짝 만져 보기도 하며,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맛보는 흉내를 내는 엄마의 모습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 같아요.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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