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 '한씨연대기'…세월 가도 그 감동 그대로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03분


코멘트
연출자 김석만씨
연출자 김석만씨
《과거의 화제작이 오늘날에도 화제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내년 초 개막되는 극단 연우무대의 연극 ‘한씨연대기’는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줄 수 있을 듯하다.

1985년 초연된 ‘한씨연대기’는 상연 당시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던 연극. 1991년 재상연된 데 이어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한국 연극의 ‘명품’=‘한씨연대기’는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5년 4월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한씨연대기’는 극장을 옮겨가며 100회 이상 공연됐고 그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연우무대는 이 작품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서울 신촌에 소극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아연극상 작품상(1985년), 오영진 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이상 1986년) 등을 받는 등 연극상도 휩쓸었다.

양심적 의사의 일생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조명한 ‘한씨 연대기.’ 1985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던 이 연극이 내년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 연우무대

무엇보다 이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아직은 어두웠던’ 1980년대에 분단의 이야기를 직접 다뤘다는 점 때문이었다. 연극적 측면에서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역할바꾸기(1인다역)’를 시도한 점에서 이슈가 됐다. 또 역사적 사건을 자막과 괘도, 지도 등을 활용해 극 중간 중간에 끼워 넣은 점도 새로운 시도였다.

▽“내복 갈아입기 전에 돌아올 거요”=황석영씨가 직접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한씨연대기’는 한 양심적 의사의 일생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표현한 작품. 김일성대학 의학부 교수였던 한영덕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평양 중앙인민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친구 서학준이 월남하면서 한영덕은 친구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총살형을 선고받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뒤 월남한다. 남한에 온 그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실형을 산다. 남북에서 모두 버림받은 한영덕은 장의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쓸쓸히 죽어간다. 한영덕은 월남하기 전 부인에게 “내복 갈아입기 전에 돌아올 거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85년, 91년에 이어 이번에도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캐스팅은 다 바뀌었다. 대학로에서 손꼽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강신일 이대연 김중기 등은 이미 연극 및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과 뚜렷한 개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 여기에 박남희 서정연 등 탄탄한 기량의 여배우가 가세했다. 김 교수는 “작품 자체가 변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배우가 변했다”며 이전 작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국제정치사의 맥락에서 분단 상황을 다룰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영덕의 삶을 통해 오늘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8일∼2월 29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금요일 오후 7시반, 토요일 오후 4시반 7시반, 일요일 오후 4시반. 1만2000∼2만원. 02-762-0010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