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49>露 骨 (노 골)

  • 입력 2003년 12월 4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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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 骨 (노 골)

露-이슬 로 骨-뼈 골

呈-드릴 정 假-거짓 가

飾-꾸밀 식 悚-두려울 송

기상현상을 뜻하는 한자는 모두 비를 뜻하는 ‘雨’(우)를 部首(부수)로 하고 있다. 농경국가에서는 비가 가장 중요한 기상현상이었기 때문이다. 露도 그렇다. 雨(우)와 路(로)의 결합으로 길 위에 비가 와 있는 것을 뜻한다. 낮에 왕성했던 수증기가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식어서 응집된 것이 ‘이슬’이다. 그러나 옛 사람들이 그런 자연법칙을 알 턱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밤새 하늘이 비를 조금 내려준 것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굳이 길을 따온 것은 이슬이 길을 걸을 때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길 위에 내린 이슬이건 풀잎 위에 내린 이슬이건 영롱하기 그지없다. 함초롬히 맺혀 있는 모습은 있는 그대로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露는 ‘훤히 드러내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露宿(노숙), 露天(노천), 露出(노출), 露呈(노정), 暴露(폭로) 등이 그렇다.

骨은 뼈의 모습에서 따온 글자다. 한자에서 뼈를 뜻하는 글자에는 (대,알)(알)도 있다. 칼(도)로 뼈((대,알))를 발라내는 것이 列(열)자다. 곧 ‘分解’(분해)의 뜻이 있다. 그런데 (대,알)은 살점 하나 없는 앙상한 뼈를 뜻하고 骨은 살이 조금 붙어 있는 뼈를 말한다.

露骨이라면 ‘뼈가 훤히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살점을 발라내고 난 뼈는 희게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 뼈를 훤히 드러냈으니 얼마나 明明白白(명명백백)하겠는가. 따라서 露骨은 ‘假飾(가식)없이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露骨의 경우는 흔히 있다. 아프리카의 초원지대에서는 弱肉强食(약육강식)이 茶飯事(다반사)로 벌어지곤 한다. 얼룩말이 사자의 밥이 되어 며칠이 지나면 흰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露骨인 것이다.

그러나 본디 露骨은 사람의 뼈가 드러난 것에서 나온 말이다.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나면 벌판에는 시체가 즐비하다. 아무도 거둬들이는 사람 없이 내버려두면 한 여름의 暴炎(폭염)에 쉬이 부패하고 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연 뼈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이 露骨이다. 생각만 해도 毛骨(모골)이 悚然(송연)해지는 처참한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디 露骨은 그처럼 끔찍한 경우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좋은 뜻은 아니다. 할 말 다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수는 없다. 사람은 뭔가 좀 참고 절제하면서 살아야 하는 모양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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