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얼짱’ 비켜… ‘노래방짱’ 뜬다…노래방 동영상 통해 데뷔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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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영대기자
대구=박영대기자
《‘동성로 시스터스.’ 대구 계명대 무용학과 여학생 3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인터넷으로 유명해진 노래방 스타들이다. 4일 첫 방송된 SBS ‘최수종 쇼’(화 오후 11·05)의 ‘끼 대결-자아도취 노래방’ 코너에서 가수 황보 등과 대결을 펼치며 남다른 기량을 발휘해 오프라인에서도 인기 급상승 중이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노래방 대결을 펼치는 이 코너에서 이들은 가수 소찬휘의 댄스곡 ‘현명한 선택’을 부르면서 탄탄한 팀워크와 ‘엽기발랄’한 무대를 선보여 “연예인보다 더 재밌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11일에 출연한 데 이어 18일에도 나올 예정.》

경북예고 시절부터 단짝으로 19세 동갑내기인 이들(장현진 박수란 이희정)은 1월 ‘고교 시절을 기념하기 위해’ 교복을 입고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 한 ‘노래방 자판기’에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발광 3인조’로 유명해졌다. TV 출연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들어진 팬 카페에는 17일 현재 5700여명의 회원들이 등록했다.

‘동성로 시스터스’는 노래방 문화가 인터넷 동영상과 결합하면서 탄생한 놀이문화와 ‘연예계 입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단초를 보여주는 사례다.

○동갑내기 여대생 ‘3인조’

이랬던 그녀들이
'동성로 시스터스' 멤버들. 왼쪽부터 장현진 박수란 이희정. 사진제공 맥스헤드

서울 대구 인천 등을 중심으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노래방 자판기’는 노래방 문화를 ‘노래’가 아닌 ‘퍼포먼스’ 중심으로 바꿔놓고 있다. ‘노래방 자판기’는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 카메라로 촬영해 CD에 담아주는 서비스. 신세대는 이렇게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서로 품평하면서 ‘노래방 짱’을 가린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얼굴을 인터넷에 올려 잘 생긴 사람을 뽑는 ‘얼짱 문화’가 노래방 동영상과 합쳐진 셈이다.


이렇게 변하네요
댄스곡 '현명한 선택'을 '엽기발랄'하게 부르고 있는 '동성로 시스터스'.

‘노래방 짱’은 노래를 잘 부르기보다는 노래를 얼마나 엽기적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가려진다. ‘동성로 시스터스’는 노래방 자판기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고유의 ‘자판기 퍼포먼스’ 노하우를 고안했다.

①표정 집중=카메라엔 상체만 촬영되므로 표정이 중요하다. 가사 및 무드와 정반대되는 표정으로 노래를 ‘유린’하기도 한다.

②분업=엽기 표정과 사팔뜨기가 일품인 희정은 표정에, 간드러진 고음처리에 능한 현진은 노래에, 눈빛과 ‘코믹-섹시’한 동작이 좋은 수란은 제스처에 주력한다. 삼각형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해 자기 순서가 되면 앞으로 나온다.

③순수=탬버린이나 가발, 화장 등의 도구 및 특수효과는 멀리 한다. 지나친 기교는 오히려 역겨움을 줄 수 있다는 것.

④교복 착용=교복을 입으면 어떤 일탈을 저지르고 싶은 모험정신이 생긴다.

○연예계로 본격 진출 꿈꿔

최근에는 노래방이 인터넷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른 지역 노래방 안의 모습을 보면서 평가를 주고받는 체인점도 생기고 있다. 폐쇄적이고 내밀했던 과거 노래방 문화가 개방형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성로 시스터스’는 최신곡보다 소찬휘의 ‘티어스’, 핑클의 ‘나의 왕자님께’, 빅마마의 ‘체념’, 이효리의 ‘10 Minutes’, 박미경의 ‘집착’처럼 널리 알려진 노래들을 선호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이들은 “멜로디나 가사가 익숙해야 많은 네티즌들이 우리 노래에 관심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동성로 시스터스’는 오디션의 새로운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동영상을 담아 유명해진 동영상 노래방 사이트 ‘핑키스타’(www.pinkystar.com)는 ‘동성로 시스터스’의 연예계 진출을 모색 중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맥스헤드’ 경민규 대표는 “인터넷이란 ‘시장’을 통해 실력과 상품가치를 검증받기 때문에 오디션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일정 인지도를 확보한 뒤 데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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