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실험용 동물 어떻게 쓰이나…'사람을 위한 죽음'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5분


▼실험용 쥐의 일생▼완전청정 환경서 탄생→4주뒤 대학 등에 '파견'→일주일간 병원균등 '신검'→1년 이상 실험-관찰→안락사뒤 사체 모두 소각
▼실험용 쥐의 일생▼
완전청정 환경서 탄생→4주뒤 대학 등에 '파견'→일주일간 병원균등 '신검'→1년 이상 실험-관찰→안락사뒤 사체 모두 소각

“수금의 생명이여, 품성은 각기 다르나 목숨은 같으며 아까운 생명이지만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실험용 동물의 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돼지머리 대신 멸치 과일 땅콩 밤 고구마 등이 정성껏 차려졌고 1분여에 걸친 위혼문 낭독이 있었다.

식약청에서만 한 해 5만여마리에 가까운 쥐 토끼 개 등 실험동물이 희생된다. 이외 신약개발을 위한 제약회사, 복제동물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연구소, 각종 화장품 회사 등 사람의 건강을 담당하는 곳이라면 흔히 실험용 동물을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9일 청내 실험동물위령탑에서 실험동물에 대한 위령제를 지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은 작은 쥐인 마우스와 큰 쥐인 랫 등 설치류로 전체 실험동물의 80%를 차지한다.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원숭이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실험동물의 운명은=각종 실험동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오리엔트 대한바이오링크 중앙실험동물사 샘타코 등 4곳.

이들 업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실험용 쥐의 경우 운명은 어떻게 될까. 쥐는 연중 23도, 습도 55%, 소음이 없고 조명이 적절히 조절된 깨끗한 환경에서 번식하고 태어난다. 이들이 사는 공간은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유입되지 않게 특수하게 만들어진다.

태어난 생쥐는 어미와 함께 3주 정도 생활하면서 자란다. 3주 뒤엔 어미와 떨어져 자라는데 보통 생후 6주 이상이면 쥐는 생식능력이 생긴다. 대개 4주쯤 지나면 실험용으로 이용되기 위해 각 연구소나 학교로 옮겨진다.

연구기관에 도착한 쥐는 바로 검역실에서 7일간 수의사로부터 신체검사와 각종 병원균 검사, 미생물 검사를 받는다. 검사에 통과한 쥐들은 각종 실험을 위한 그룹에 소속된다. 실험계획은 각 연구소에 설치돼 있는 실험동물윤리위원회의 사전 검토를 받는다. 위원회에선 실험동물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실험동물의 수를 최소로 줄이며 △실험동물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으며 △실험동물 이외 다른 실험으로 대치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대체했는지를 심사한다.

짧게는 1주로 실험이 끝나기도 하지만 생식독성실험일 땐 후손의 영향까지 파악해야 하므로 1년 넘게 관찰된다. 실험이 끝난 동물은 약물을 통해 안락사를 시킨다. 부검을 통해 실험결과를 본 뒤 사체는 모두 소각된다. 이렇게 소각되는 실험동물은 국내에서만 연간 1000만마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용되고 있나=마우스는 최근 유방암 백혈병 폐암 간암 등 암 관련 연구의 대상이다. 관련 연구결과들이 가장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큰 쥐의 경우는 고혈압이나 간염 간암 계통의 연구가 잘 돼 있다.

특정 유전자를 파괴시켜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쥐는 최근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될 정도로 산업적 가치가 커 ‘황금 알을 낳는 쥐’로 불린다. 1994년 미국 록펠러대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파괴시켜 비만과 당뇨를 일으키는 쥐를 생산하자 ‘암젠’이라는 제약회사가 이 쥐의 특허권을 24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엔 국내 과학자가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똑똑한 쥐와 인간이 앓는 치매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치매 쥐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쥐를 바로 사용하면 실험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전자 조작을 가해 털이 없고 면역기능을 완전히 없앤 ‘누드 쥐’는 인간의 암세포를 피부에 이식해 키우는 대상으로 이용된다. 누드 쥐엔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누드 쥐는 이식이나 면역관련 실험에도 활용된다.

쥐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토끼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약물에 대한 피부 반응이 좋기 때문에 화장품 연고제 등의 피부독성실험이나 눈독성실험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원숭이는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자와 99.3% 정도 가깝지만 마리당 비용이 1000만∼8000만원으로 비싸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원숭이는 에이즈 바이러스 관련 실험에 주로 사용된다. 다른 동물에선 에이즈 바이러스를 투입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지만 원숭이에게는 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실험동물 가운데 사람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신약의 임상시험 전 최종단계 실험에 이용된다.

돼지는 간 신장 위 등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 장기이식의 기초연구로 이용된다. 또 식성이 사람과 유사해 동맥경화증 위궤양 등의 연구모델로도 사용된다.

개는 사람과 유전자의 닮은 정도를 비교해 볼 때 쥐와 원숭이의 중간 위치에 있다. 주로 신약의 독성실험에서 쥐 실험과 병행해서 사용된다. 또 기생충 실험에도 이용된다. 사람이 잘 감염되는 기생충은 개도 잘 감염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신경계통의 발달이 다른 동물에 비해 좋기 때문에 신경생리학 실험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반사기능이 발달돼 몸의 생체 균형이나 행동연구에도 활용된다.

(도움말=삼성생명과학연구소 실험동물실장 이민재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청 임철주 연구관)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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