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8>身 言 書 判(신언서판)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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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 言 書 判(신언서판)

判-판단할 판 就-나아갈 취

職-직책 직 貌-얼굴 모

辯-말씀 변 拙-못날 졸

입사철이다.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就職’(취직)이라는 두 글자가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올해는 불경기까지 겹쳐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어려운 취업의 關門(관문)을 뚫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그 밖의 요소 또한 가벼이 할 수 없다. 면접시험인 것이다.

면접시험에서는 대체로 응시생의 容貌(용모)와 말하는 솜씨, 에티켓, 기민한 판단력 등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며 또 우리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무려 1200여년전 唐(당)나라 때부터 인재선발의 중요 척도로 삼았으니 이른 바 身言書判이 그것이다.

당시 관리를 선발했던 방식은 科擧(과거)였다. 그러나 科擧에 及第(급제)했다고 해서 바로 등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곧 임용이 되기 위해서는 성적도 성적이려니와 身言書判 네 가지를 두루 갖추어야 했다.

身은 물론 外貌(외모)다. 신체가 건장해야 하고 위풍이 당당해야 한다. 言은 言辯(언변)이다. 靑山流水(청산유수) 같은 말솜씨가 있어야 했다. 書는 글씨다. 옛사람들은 글씨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여겼다. 그래서 멋들어지게 쓰는 붓글씨를 선호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判은 사리의 판단력이다. 결재문을 훌륭하게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물의 시비를 가릴 수 있는 판단력과 논리가 서 있어야 했다. 일단 이 네 가지를 다 갖추었다고 판단되면 그 사람의 德行(덕행)을 보았으며 그 다음이 재능과 지혜였다.

그러니까 일단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身言書判의 4요소가 가장 먼저 판단의 기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나 말더듬이, 拙筆(졸필), 우유부단한 사람은 임용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날로 새로워져서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한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으며 말을 좀 더듬는다고 결정적인 하자는 되지 않는다. 또 컴퓨터 덕분에 글씨를 못 써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며 다소 판단이 느리다고 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임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시험성적으로 가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의 제도는 매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德行을 고려하지 않는 임용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옛날과 지금의 인재 선발방법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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