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9>通 室 통 실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27분


코멘트
通 室 통 실

類-같을 류 獸-짐승 수

縱-놓을 종 慾-하고자 할 욕

淫-음란할 음 袖-소매 수

아득히 먼 옛날 아직 進化(진화)하기 전에는 인간도 하나의 동물에 불과했다. 지금의 類人猿(유인원)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연히 당시에는 獸性(수성)이 지배하였을 터이니 人性(인성)이고 人倫(인륜)이고 할 것이 있었겠는가. 후에 人智(인지)가 깨이면서 차츰 인간의 탈을 쓰게 되었지만 獸性이 가려졌을 뿐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데로 본능에 좇아 행동하는 것을 縱慾(종욕)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縱慾의 사회였음은 여러 면에서 증명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를 보자. 左傳(좌전)같은 史書(사서)에 보면 각종 淫行(음행)에 관한 기록이 적지 않게 보인다. 통치계층에서 이러하였으니 일반 민중들은 오죽했으며 그 이전에는 어떠했을지 가히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당시 상류사회에서 횡행했던 淫行에는 몇 가지의 유형이 있었는데 史家(사가)들의 용어선택이 놀라울 뿐이다.

첫째는 通(통)으로 婚外情事(혼외정사)다. 지금도 私通(사통)이라는 말이 남아있어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둘째는 烝淫(증음)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妾(첩)을 범하는 경우다. 唐高宗(당고종)이 아버지 唐太宗(당태종)의 才人(재인)출신 武媚(무미·후의 則天武后)를 범한 것이 좋은 예다.

셋째는 通淫이다. 烝淫과 반대되는 경우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여자를 간음하는 것이다. 唐玄宗(당현종)은 아들 壽王(수왕)의 妃(비)였던 楊玉環(양옥환·후의 楊貴妃)과 놀아났다.

넷째는 通室(통실)로 아내를 交淫(교음·바꾸어 음행함)하는 것이다. 이미 근 2700여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성행하고 있었다.

다섯째는 面首(면수)다. 男妾(남첩)을 말하는데 南朝 宋 廢帝(폐제)의 누이동생 山陰公主(산음공주)는 美少年 30명을 面首(면수)로 두었다.

마지막으로 龍陽君(용양군)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魏王(위왕)이 美童(미동) 龍陽君(용양군)을 상대로 同性愛(동성애)를 즐겼던 데서 유래한다. 후에 西漢 哀帝(애제)도 董賢(동현)과 同性愛를 즐겼는데 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董賢(동현)을 차마 깨울 수 없어 옷소매를 칼로 잘랐다고 하는 ‘斷袖’(단수)의 고사는 유명하다.

현대판 通室, 일명 ‘스와핑’이 우리사회에서도 적발되었다 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도 상류 지식인 계층에서 행해졌다니 할 말을 잊게 된다. 亂倫(난륜)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아예 짐승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