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0년 존 레넌 탄생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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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얼굴, 동그란 안경테, 몽롱해 보이는 눈동자. 우리가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게 되고, 신비로운 명상가이거나 격렬한 반전운동가로 기리게 되는 것은 비틀스의 멤버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위대한 솔로 아티스트로서이다.’

1940년 10월 9일. 비틀스의 존 레넌은 영국의 리버풀에서 ‘뱃사람’의 아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한량이었고 남편과 별거상태였던 어머니는 존이 태어나자마자 그의 양육을 이모에게 떠넘겼다. 그리고 그가 17세 때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이 때문에 존은 평생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것은 팬들이 마땅찮아했던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 오노 요코와의 마치 ‘주문에 씐 듯한’ 관계를 푸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존은 어려서부터 자의식이 강했다. 채 열 살도 되기 전에 스스로 불우한 천재라는 좌절감에 빠져들었고 음악을 하면서부터는 약물중독으로 죽은 엘비스(프레슬리)와 미쳐버린 고흐의 망령에 시달렸다.

그런 존과 폴 매카트니의 불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폴 역시 리버풀의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지만 존이 끝까지 노동자 계급의 ‘직설화법’을 지켜나간 반면 폴은 제도권의 품에 안겼다. 폴의 ‘예스터데이’와 존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는 얼마나 다른가.

존은 비틀스의 성공에도 숨막혀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성공하자마자 녹슬고 말았습니다. 우린 우릴 죽여버리고 성공했던 겁니다.”

‘천국도 지옥도 없고… 국가도 종교도 없고… 탐욕도 소유도 없는 세상’을 그렸던 이상주의적 몽상가. 그는 내일을 기약하지 않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꿈꾸었다(‘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그래서 존은 ‘가장 원시적이면서 군더더기 없는’ 로큰롤을 사랑했다. ‘가장 단순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진실’이었던 것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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