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KBS사장→대학총장→박현태씨 70세 出家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19분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더없이 가난하고 불안합니다. 종교 만이 황폐한 인간의 심성을 바로잡을 수 있어요.”

신문사 편집국장을 거쳐 KBS 사장, 국회의원, 정부 고위관료, 대학총장까지 지낸 박현태(朴鉉兌·70.사진) 대한언론문화연구원 원장이 고희의 나이에 출가한다.

박 원장은 27일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열리는 태고종의 수계식에 참여해 스님계를 받는다.

태고종은 50세 이후의 출가를 제한하고 있으나 박 원장은 종단 자체심사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미 머리를 깎은 그는 “조용히 불경 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머리를 깎았을 뿐 큰 결심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간 행자 교육을 마친 뒤 경기 남양주시에 건립될 백련사(가칭)의 주지를 맡는다. 그는 “복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종교가 관여할 일이 많아졌다”며 “종교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종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대학 시절부터. 불교는 물론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 현상은 그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는 11대 국회에서 활약할 당시 국회의원 중 불자들을 모아 ‘정각회’를 만드는 등 큰 관심을 기울였고 공직생활을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염불과 경전 공부를 하는 등 불교에 심취했다.

그는 출가 동기에 대해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남에게 피해를 줘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더 이상 남고 싶지 않아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의 반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눈물로 출가를 막는 부인을 설득하기가 가장 힘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부산 동래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56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뒤 동아일보 기자,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 11대 국회의원, 문화공보부 차관, 수원대 교수, 동명정보대 총장 등을 지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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