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0>脣 亡 齒 寒(순망치한)

  • 입력 2003년 7월 27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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脣 亡 齒 寒(순망치한)

脣-입술 순 齒-이 치 寒-찰 한

眼-눈 안 假-빌릴 가 諫-간할 간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실과 바늘’에 비유하곤 한다. 어느 하나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둘이 합쳐져야만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漢字에서 이런 관계를 두고 輔車相依(보거상의· 輔는 수레의 덧방나무, 車는 수레바퀴로서 서로 떠날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의미함)라고 한다. 물론 脣亡齒寒도 같은 뜻이다.

弱肉强食(약육강식)이 성행했던 春秋時代(춘추시대) 이야기다. 虞(우)와 괵(괵)은 同姓(동성)의 나라로서 일종의 兄弟國(형제국)인 셈이다. 두 나라 옆에는 강국인 晉(진)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虞가 그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晉의 獻公(헌공)은 영토야욕에 血眼(혈안)이 되어 있던 자였다. 진작부터 두 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한 나라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두 나라의 연결 고리부터 끊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였던 것이다.

晉王은 괵을 치기로 하고는 신하 荀息(순식)을 시켜 千里馬(천리마) 네 필과 거대한 구슬을 虞나라에게 바치면서 假道(가도· 길을 빌림)를 요구했다.

虞公(우공)은 어리석은 인물이었다. 그는 荀息이 가져온 뇌물을 보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약소국의 왕으로서 그런 珍奇(진기)한 물건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흥분한 虞公이 입을 열었다.

“그야 여부가 있겠소. 우리나라를 치자는 것도 아니고 옆 나라를 치는 것인데 그 까짓 길쯤이야….”

兄弟國임에도 불구하고 虞公은 뇌물에 현혹되어 흔쾌히 길을 내주게 되었다. 그러자 충신 宮之奇(궁지기)가 諫(간)했다.

“안 될 말씀입니다. 속담에도 있지 않습니까. ‘입술이 망하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우리나라와 괵나라는 兄弟國이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것은 이와 입술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입술이 무너지면 이가 시린 법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괵國이 망하고 나면 다음 차례는 반드시 우리나라가 되고 말테니까요. 왕께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虞公은 그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길을 터주고 말았다. 宮之奇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탄식했다. 그는 虞나라를 떠나면서 말했다.

“올해 안으로 虞는 망하고 말 것이다.”

결국 晉의 대군은 虞公이 빌려준 길을 따라 괵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말았다. 괵을 멸망시킨 진의 장군 里克(이극)은 돌아오는 길에 虞나라까지 멸망시키고 말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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