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협연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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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씨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냈다.-고미석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씨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냈다.-고미석기자
20일 오후 8시15분 오스트리아 빈 중심가에 자리 잡은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 해마다 정월 초하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 무대에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씨(31·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사진)가 섰다.

한국과 유럽 무대를 넘나들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씨는 이날 연주회에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해 2000여명의 청중을 사로잡았다. 모차르트 시대 의상을 입고 모차르트 곡만을 연주하는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은 지그프리트 안드라쉑이 잡았다.

국내 대표급 솔리스트이자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실내악 3중주단인 토너스 트리오의 단원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양씨가 세계 제일의 음향효과를 자랑하는 황금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호평을 바탕으로 올해 다시 초청받은 것.

“두 번째라 그런지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황금홀은 소리가 객석 끝까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이날 연주회에서 18세기풍의 은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탄탄한 음악성으로 빚어낸 섬세하고 따스한 음색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무엇보다 그는 과장된 기교나 포즈 없이 단순하고 정갈한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모차르트 협주곡 중 제일 길고 성숙한 작품입니다. 기교면에서 복잡하지 않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곡이죠.”

절제의 미학을 중시하는 그는 정확하고 정직한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날 연주에서도 그는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맑고 고운 선율로 모차르트의 서정을 우아하게 표현해냈다. 카덴차 대목에서 정확하고 섬세한 손놀림으로 청중의 탄성을 자아냈고 단조의 애절한 부분에서는 가슴을 저미는 비장함을 잘 살려내 곡의 매력을 더했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열광적인 박수와 커튼콜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이날 연주장을 찾은 교민 최영식씨(빈 감리교회 목사)는 “한국인이 모차르트의 본고장인 빈에서 모차르트곡을 연주해 수준 높은 청중을 사로잡은 점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씨는 서울대 1학년 재학 중이던 91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만 교육받은 연주자가 세계적 콩쿠르에서 최초로 수상했기 때문. 이후 미국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으면서 귀국했다.

지난 한해 동안 17회의 연주회를 가지며 숨 돌릴 틈 없이 무대에 섰던 그는 올해도 7월 독주회, 8월 토너스 트리오의 지방연주회, 11월 캐나다 협연, 12월 토너스 트리오 서울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빈=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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