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외동아들…'외동왕자 스트레스'

입력 2003-06-12 16:48수정 2009-10-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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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한국의 출산율은 2001년 기준 1.3.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로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이 2000년 조사한 남녀 성비(여성 100명 당 남성 수)는 100.7로 남녀 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체 평균과는 달리 10∼14세 연령층의 성비는 111.4, 9세 이하 성비는 112였다. 성비 불균형이 아래 세대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통계수치들은 한국 사회가 ‘한 가정 한 자녀’ 시대에서 더 나아가 ‘한 가정 외동아들’ 시대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만 낳는다면 아들’을 희망했던 부모들. 유아기 청소년기의 양육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하나뿐인 아들’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 외동아들 키우기Ⅰ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진수(가명·9)의 친가, 외가는 모두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진수가 태어나자 친조부모는 “손자가 보고 싶어서…” 외조부모는 “맞벌이하는 딸도 돕고 손자도 직접 키워보고 싶어서…” 진수집 근처로 이사했다. 역시 맞벌이를 하는 진수의 고모도 육아 때문에 친정 부모 집 근처로 옮겨오면서 진수로 인한 ‘패밀리 타운’이 형성됐다.

요즘 진수는 갓 두 돌을 넘긴 사촌 동생이 영 못마땅하다. 하루는 엄마에게 일렀다.

“(동생이) 밥 먹을 때 식탁 밑에 오줌 쌌는데도 할머니가 예뻐만 했어. 나더러는 손 씻고 밥 먹으라고 야단치고는….”

사촌동생이 생긴 후부터는 이전에 없었던 물건 욕심도 생겼다. 엄마 A씨(36· 외국계 호텔 근무)는 “남과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이 진수에게는 내 것을 양보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사촌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진수는 친·외가를 통틀어 양가의 유일한 아이로 7년을 군림했다. 손발이 척척 맞는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들은 시간대를 나눠 정성껏 진수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집에서 ‘왕 노릇’을 하는 것과 달리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엄마의 관찰 결과 진수는 집단을 이뤄 공부하거나 어울려 놀 때 항상 ‘행위자’가 아닌 ‘관찰자’에 머물렀다.

소극적인 모습은 지난해 영어, 피아노, 태권도 학원에 등록해 여러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극복되는 듯했다. 이 무렵 진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동생을 낳아 달라”고 졸랐다. 다른 아이와 사소한 시비라도 붙을 때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합체 로봇처럼 똘똘 뭉치는 형제들의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외동아들로 자라면서 갖게 되는 장점도 있었다. 진수는 또래보다 조숙한 편이다. 아빠 엄마를 역할 모델로 생각하는지 자신이 미래에 다닐 회사는 아빠가 다니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 아니면 엄마가 다니는 호텔을 꼽았다. “나도 영어 쓰는 직업을 갖게 될 테니 공부를 잘 해 두어야겠다”면서 학원 수강과 해외 연수를 자청했다.

A씨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남동생을 잃었다. 졸지에 외동딸이 되면서 느낀 외로움을 진수는 벌써부터 겪고 있지 않을지 걱정됐다. A씨는 올 10월 진수 동생을 출산할 예정이다.

● 외동아들 키우기 Ⅱ

정민이(가명·7)가 18개월 되던 때 엄마 B씨(34·주부)는 아이가 영재라고 믿게 됐다. 정민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빨랐고 무엇이든 배우려고 들었다. 당장 유아 학습지를 신청해 2년 간 한글을 익히게 했다. 도중에 아이가 싫증을 냈지만 엄마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고는 공부를 강행했다.

정민이의 친할머니는 정민이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 엄마를 대신해 정민이를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흙장난도 못하게 했고 손에 가시라도 박히면 큰일이라도 난 양 흥분했다.

정민이 아빠도 정민이처럼 외동아들이었다. 부모에게 칭찬만 받고 자랐다는 B씨의 남편은 종종 “어릴 때부터 남에게 꾸중이나 질책을 들으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지금도 잘못한 점을 지적받으면 자존심이 상해 치를 떤다”고 털어놓곤 한다. B씨는 정민이를 자신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조기 교육 욕구, 할머니의 과잉보호, 육아관이 다른 엄마와 할머니의 고부갈등에 지친 것은 정민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소극적인 아이가 돼 버리더니 초등학교 진학 후에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어 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언어 능력이 떨어져버렸다. 엄마와 정민이는 요즘 대학병원 부설 언어발달연구소에 다니면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치료를 받는 또래 아이들 가운데 외동아들의 수가 많아요. 조기 교육을 너무 심하게 시켜서 스트레스를 받은 예도 많았습니다. 어떤 엄마는 병원에까지 영어 낱말카드를 들고 와 대기실에서 가르치는 바람에 ‘엄마도 함께 치료’ 명령을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외동딸의 경우 언어 발달이 빠르고 부모도 자녀 교육에 강박관념을 갖지 않아 언어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정민이의 엄마와 할머니는 “지나친 관심이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정민이는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 교사들이 보는 외동아들

‘외동아들’의 유치원, 학교생활은 어떨까?

기자는 서울과 경기, 부산의 경력 10년차 이상 유치원, 초등, 중학교 교사 20명을 인터뷰해 형제가 있는 남학생(이하 ‘형제아’)과 외동아들인 남학생(이하 ‘외동아’)의 인성(사교성, 적극성, 자립심), 학습 능력(성적), 체격 등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학습 능력(성적)의 경우 외동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9명)과 ‘외동아가 유사한 조건의 형제아에 비해 학습 능력이 좋다’는 의견(8명)이 비슷하게 나왔다. 서울 강현중 이창희 교사는 “부모의 관심도가 아이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외동아들의 부모가 형제아이 부모에 비해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혼자라서 더 많은 사교육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체격의 경우 ‘형제아이와 외동아들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12명)는 답이 절반을 넘었지만 ‘외동아들이 약간 비만’(5명) 이라는 답도 적지 않았다.

사교성, 적극성, 자립심에 대해서는 ‘학생의 성격, 가정환경, 부모의 태도 등 개인적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지만 ‘성별에 상관없이 외동아들의 경우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 그룹 활동 참여도가 훨씬 떨어진다’(5명)고 답한 교사들도 있었다. 서울 양평중 김창학 교사(46)는 “어느 해는 유난히 학급의 청소 분담 활동이나 조별 수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원인을 찾아보니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았다. 외동아이 부모들에게만 별도로 ‘더불어 사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게 조언해 달라’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초당초등교 신혜진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외동아들의 경우 부모의 육아 방식, 본인의 성격 등에 따라 지나치게 소극적이든지 지나치게 사교적인 ‘성격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 외동아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외동아들 엄마들 가운데 아이가 유치원 취학 전 연령대인 경우는 대부분 “형제가 있는 친척이나 이웃 아이들과 비교해 볼 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하면 많은 엄마들이 “외동아들이라서 다른 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엄마들 스스로 꼽은 특징은 △조숙하지만 △덜 사교적이고 △욕심이 많으며 △여성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는 것.

중학생 외동아들을 둔 주부 김미옥씨(45)는 “우정에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규칙이 있는데 형제 관계를 통해 이를 충분히 실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거나 비사교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외동이라는 이유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외동아들을 둔 엄마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는 것.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또래 친구와 노느라 엄마에게 소홀하기 쉬운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외동아들은 엄마와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여성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대신 부모의 부부 모임이나 친척 모임에 함께 참석하는 일이 많아 또래보다 태도가 어른스럽다는 게 엄마들 스스로의 분석이었다.

외동아들 엄마의 상당수는 “외동딸을 두었다면 외동아들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부부의 노후를 아들에게 맡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래도 아들은 ‘객관적 기준’에 비춰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신순철 과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여전히 딸에 비해 아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아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통제를 한다. 반면 딸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키우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외동아들 엄마가 외동딸 엄마보다 아이를 더 ‘아픈 손가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은 전적으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출산율 감소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에서는 성별에 상관없이 외동아이 양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외동아이 연구 계간지 ‘온리 차일드(onlychild.com)’의 캐럴린 화이트 편집장은 “미국에는 현재 2000만의 외동아이 가구가 있으며 뉴욕주 가구의 30%가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다. 외동아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를 키우는 것이 여럿 키우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동아이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칼 피카르트 박사는 “외동아이는 부모를 동료 의식을 나눌 상대로 여긴다. 놀이터의 친구들을 즐겁게 하는 것보다 부모를 기쁘게 하는 데 주력한다. 부모와 동일한 행동을 하고 동일한 가치관을 가짐으로써 그들을 만족시키려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리 차일드’의 화이트 편집장은 “외동아이 부모는 아이가 영재 또는 천재라고 여기기 쉽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 모델인 부모의 말투, 행동을 흉내내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가 좋다고 간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美전문가의 '외동아 키우기' ▼

외동아이 키우기에 정도가 있을까. 심리학자, 아동학자들은 외동아이 부모들에게 “아이가 내 삶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외동아이 양육 기법(Keys to parenting the only child)'의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칼 피카르트 박사와 외동아이 연구 전문 계간지 ‘온리 차일드’의 캐롤린 화이트 편집장이 조언한 ‘외동아 키우기에 유의할 점’이다.

▽닮았다고 칭찬하지 마라=외동아이는 부모 모방을 곧잘 한다. 부모는 “정말 엄마(아빠)처럼 했구나!”라는 식으로 격려한다. 이는 자녀가 다양성,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독립성도 해친다. 오히려 눈치를 보지 않고 색다른 아이디어, 독창적인 의견을 말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하라.

▽모든 걸 다 주지 마라=외동아이 부모는 아이가 안정된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기대하는 바를 모두 다 들어주려 노력한다. 안정된 상황에 익숙한 아이들은 당초 계획이 수정되거나 환경이 달라지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크게 당황한다. 당황은 원망으로 바뀐다. “거기 가면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거야”라고 답을 내놓는 대신 “거기 가면 뭘 할 수 있는데?”(아이) “글쎄, 함께 가보고 확인해보자”(부모)처럼 확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기대와 다른 일이 벌어져 원망하는 아이에게는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약속을 지키게 하라=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하라. 부모가 정한 규칙을 강제하라.아이들도 부모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혼의 상처는 더 크다=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자라온 외동아이들은 부모가 이혼 또는 별거를 하게 됐을 때 형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상실감을 더 갖게 된다. “넌 엄마(아빠)처럼 고집이 왜 이리 세니?” 라는 식으로 배우자를 빗대 비난하지 말자. 아이는 죄의식을 느낀다.

▽실망할 여유를 가져라=외동아이와 부모는 서로 “난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 “아이 양육에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라는 강박관념을 갖는다. 부모도 실수를 할 수 있다. ‘완벽한 부모’가 목표라면 양육의 결과물은 ‘완벽한 아이’여야 한다.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를 ‘완벽한 아이’ 스트레스에 가득 찬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지 되새겨보라.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외동이 더 행복?…"부모관심 한몸에…교육혜택 더 많아"▼

“외동아이란 자체가 하나의 병이다(Being an only child is a disease in itself).”

미국의 심리학자 G.스탠리 홀 박사는 1895년 외동아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동아이 부모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홀 박사는 외동아이를 연구한 최초의 학자다. 외동아이가 장애를 가진 존재라는 신화도 그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19세기 홀 박사의 연구는 외동아이 문제를 연구하는 후배 학자들에 의해 ‘원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심리학자인 수전 뉴먼 박사는 2001년 펴낸 ‘외동아이의 부모노릇 하기(Parenting an Only Child)’에서 “1895년 연구 이후로 외동아이가 ‘이기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한 자녀 갖기가 보편적인 양육 형태가 됐다”며 19세기의 연구 결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뉴먼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형제아)에 비해 외동아이가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부모와 1대1로 지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많아 행복도도 높고 학업 능력도 앞선다는 것.

뉴먼 박사는 한 자녀 갖기가 추세인 이유로 △대학 학비를 포함해 90만달러(약 11억원)가 필요할 정도로 양육비가 많이 들고 △(형제가 없더라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다 △취학 후에는 하루에 8시간씩 학교에서 생활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워 형제아보다 사회성에서도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최신 연구들이 외동아이에 대한 편견을 부정하고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추세인데 비해 국내 연구 결과는 다소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국내연구는 긍정-부정 엇갈려

이현주씨는 2000년 성신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외동아(이)와 형제아의 언어 능력과 사회성간의 관계 연구’에서 외동아이가 언어 능력이나 대인 적응력 면에서 형제아보다 앞선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서울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비슷한 유치원 세 곳에 다니는 만 4세 유아들 중 부모가 있는 외동아이와 형제아(차남이나 차녀) 각각 25명씩 50명. 언어 능력은 유아들과 1대1 인터뷰를 통해 어휘력 이해력 표현력 3개 항목으로 나눠 검사하고 사회성은 담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협동성, 타인 이해성, 자율성, 대인 적응성 4가지 항목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언어 능력은 외동아이가 평균 47.24점으로 형제아(41.24점)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항목으로는 이해력과 표현력에서 외동아이가 형제아보다 앞섰으며 어휘력도 외동아이의 점수가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연구자는 “외동아이나 맏이가 언어 능력이 우수하다는 연구 보고가 있는데 이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언어 능력이 (아이보다) 뛰어난 부모와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회성 비교 결과에서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와 잘 어울려 지내는 정도를 나타내는 대인 적응성 항목에서 외동아이(3.76점)가 형제아(3.44점)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이 밖에 협동성은 외동아이, 타인 이해성은 형제아가 높고 자율성은 외동아이와 형제아의 점수가 같았지만 3가지 항목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이는 외동아이나 맏이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학습하는 반면 차남이나 차녀들은 신체적으로 지배적인 맏이와의 관계를 통해 위축되고 소심해져 사교성도 떨어지게 된다는 해석이다.

● “대인관계 집안분위기에 좌우”

이에 반해 류향자씨는 1999년 연세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외동이와 형제아의 성격 특성과 학교 적응 비교 연구’에서 외동아이가 형제아보다 사회성과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사 대상은 서울 마포구의 사회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초등학교 2곳의 4∼6학년생들 중 부모가 있는 외동아이 86명과 형제아(맏이도 포함) 179명. 이들을 상대로 성격 진단 검사와 학교 적응 검사를 실시했다.

정서적 안정성, 활동성, 사회성, 남성성, 책임성, 사려성, 우월성 등 7가지 항목으로 평가한 성격 검사에서는 안정성과 사회성 두 가지 항목에서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으며 모두 형제아의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안정성에서는 형제아가 18.06점, 외동아이가 15.87점이었고 사회성은 형제아와 외동아이가 각각 22.29점과 21.29점이었다.

학교 적응 검사에서는 지각, 학교 및 학급 내 활동성, 학업관련 태도와 행동 3가지 항목 모두에서 형제아가 외동아이보다 평균이 높게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항목은 학교 및 학급 내 활동성 한 가지였다.

연구자는 “전체적으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형제아가 외동아이에 비해 성격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외동아이와 형제아의 차이가 전적으로 형제의 유무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가정 내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의 역동적 분위기가 더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렸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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