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TV드라마 등급제 '하나마나'…어린이시청 늘어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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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올인’. 이 드라마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지만 주말 오후 재방송 때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방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 SBS
SBS 드라마 ‘올인’. 이 드라마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지만 주말 오후 재방송 때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방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 SBS
지난해 11월부터 실시된 국내 드라마 프로그램 등급제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보아서는 안 될 드라마를 여전히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익희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프로그램 등급제의 어린이·청소년 시청지도에 대한 효과와 문제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자료를 이용, MBC ‘인어아가씨’, SBS ‘야인시대’ ‘올인’, KBS ‘무인시대’ 등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받은 드라마 4편의 시청률을 분석했다.

‘인어아가씨’의 경우 등급제 시행 전 개인 평균 시청률은 14.4%에서 시행 후 17.5%로 증가했지만 15세 미만의 시청률은 시행 전 10.3%에서 시행 후 15.3%로 나타나 어린이·청소년층에서 시청률 증가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어아가씨’에 대한 4∼9세 어린이의 시청률은 12%(시행 전)에서 17.3%(시행 후)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등급제가 현실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폭력 장면이 많은 ‘야인시대’는 개인 평균 시청률(19.6%)보다 10∼14세 청소년의 시청률(21.9%)이 훨씬 높았다.

주말 오후에 편성돼 부모 시청지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드라마 재방송의 경우 특히 ‘야인시대’와 ‘올인’에 대한 어린이 및 청소년의 시청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야인시대’는 전체 개인 재방송 시청률(4.6%)보다 10∼14세의 시청률(5.6%)이 더 높았다. ‘올인’은 점유율 면에서 개인평균 점유율(39.5%)보다 10∼14세의 점유율(42.2%)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점유율 42.2%란 그 시간대 TV를 본 10∼14세 100명 중 약 42명이 ‘올인’의 재방송을 시청했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시청지도도 필요하지만 유럽이나 호주에서와 같이 방송시간대를 구분하거나 어린이 프로그램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어린이·청소년의 시청 환경을 향상시키는 제도적 기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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