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서천범/외국인 카지노에게도 적절한 '베팅'을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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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올인’ 등 TV 인기드라마의 영향으로 카지노업이 실상과는 달리 화려한 관광산업으로 부상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13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관광객 감소, 시설 낙후, 동남아 경쟁국의 대규모 시설투자 등이 겹쳐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가 지난해 4761억원의 매출기록에 22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우선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반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에 빠지자 전체 카지노 고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아울러 국내 카지노시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카지노가 협소하고 시설도 낙후돼 있는 데 반해 마카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등 경쟁국들은 카지노시설을 대형화 복합화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가 카지노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이유는 무공해 외화획득 고부가가치의 유망산업인 데다 호텔숙박업 요식업 쇼핑업 등 다른 관광산업에 파급 효과가 크고 외화가득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9·11테러사건, 이라크전쟁, 신종 전염병인 사스(SARS) 등이 관광산업을 위축시켜 문제를 더 어렵게 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외화획득 전략산업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첫째,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테이블게임 위주의 현 경영방식을 탈피해 외국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도록 대형화 복합화한 카지노 리조트로 변모해야 한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말레이시아의 겐팅 하이랜드 리조트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일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테마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둘째,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행정 및 세제상의 지원이 절실하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매출액의 10% 정도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납부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적자업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또 내국인의 사치성 소비를 억제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특별소비세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의 게임기구와 용품에까지 부과되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

셋째, 제주지역 카지노시설의 공급 과잉도 해결돼야 한다. 제주도에는 전국 13개사 중 8개사가 몰려 있으나 매출액은 전체의 23.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국내 관광객 입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공항의 면세점과 같이 제주도 여행객에 한해 1년에 4회 정도 입장을 허용하고 베팅 액수도 300달러 정도로 한정한다면 도박중독증을 배제하면서 카지노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5억달러 이상의 외자유치기업에 조건부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해 줄 때 카지노에 일정지분을 투자할 의사가 있는 대형 리조트 투자가에게 우선권을 주어 카지노 합병을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할 듯하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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