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우회 이희자 회장 "무궁화 사랑은 겨레사랑"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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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 벗들의 모임’이란 뜻의 근우회를 이끌고 21년간 무궁화사랑운동을 펼쳐온 이희자 회장. -권주훈기자
‘무궁화꽃 벗들의 모임’이란 뜻의 근우회를 이끌고 21년간 무궁화사랑운동을 펼쳐온 이희자 회장. -권주훈기자
‘무궁화는 나의 어머니요, 나의 신앙입니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동아일보 서울 여의도 별관 앞뜰. 동아일보와 함께 매년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근우회 이희자(李喜子·53) 회장의 눈가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한 초로의 신사가 무궁화 묘목을 받아들고 남겨놓고 간 이 한 줄의 글귀에 그녀가 무궁화 사랑에 쏟아 부은 21년의 세월이 응축된 듯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82년 조신성 김활란 등이 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단체 근우회(槿友會)를 재발족시킨 뒤 21년간 무궁화 사랑을 실천해 왔다.

“근우회는 일제가 창경궁에 심어진 무궁화를 다 뽑아내고 일본 국화인 벚꽃을 심자 속치마에 무궁화를 수놓는 방식으로 겨레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이런 근우회 활동을 기억하신 시어머니의 권유로 주부들의 작은 생활운동으로 시작했죠.”

근우회는 이후 매년 무궁화 묘목과 태극기 나눠주기 운동을 펼쳤고 86아시아경기, 88서울올림픽 등 큰 나랏일에는 대규모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 회장은 특히 아시아경기 때 수천송이의 종이 무궁화를 손수 만들어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일본총리를 비롯한해외 귀빈들 가슴에 달아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근우회는 동아일보와 손을 잡고 일제강점기 36년간 훼손된 민족정신을 정화한다는 의미로 2030년까지 매년 수만그루의 무궁화 묘목을 무료로 보급 중이다. 그 공로로 지난해 12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즘 온 나라가 벚꽃축제로 난리입니다만 정작 나라꽃 축제는 없습니다. 무궁화가 절정을 맞는 시기는 마침 8월15일 광복절 전후입니다. 근우회는 이때를 전후해 ‘무궁화의 날’을 제정하고 무궁화 축제를 열자는 운동을 펼쳐갈 것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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