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54>怪 疾(괴질)

  • 입력 2003년 4월 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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怪 疾(괴질)

怪-기이할 괴 疾-병 질 雙-짝 쌍

陶-질그릇 도 猖-미칠 창 獗-날뛸 궐

漢字(한자) ‘怪’는 심(심·즉 心과 같음)과 t(골)의 결합이며 t은 다시 又와 土의 결합이다. 심이 있는 것은 이 글자가 마음 씀씀이와 관계가 있음을 뜻하며 ‘又’는 본디 ‘오른 손’을 뜻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한자의 조상인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오른손가락과 손목을 함께 그리고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벗’을 뜻하는 ‘友’는 두 개의 오른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며 나란히 있는 두 개의 손은 雙(쌍)이다.

또 손으로 귀(耳)를 잡고 있는 것이 取(취), 두 마리의 새(추)를 쥐고 있는 모습이 雙(쌍)이다.

그렇다면 t은 손으로 흙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다. 陶公(도공)이 도자기를 빚을 때 조심스레 다루지 않고 움켜쥐게 되면 얼마나 흉한 모습의 도자기가 나올까. 따라서 怪는 ‘이상한 마음 씀씀이’가 되는 것이다. 후에 ‘기이하다, 고약하다’는 뜻으로 발전하게 된다.

‘疾’은 (녁,역)(병들 녁)과 矢(화살 시)의 결합인데 ‘(녁,역)’은 환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린 다음 세워서 만든 글자로 ‘질병’의 뜻이 있다. 따라서 ‘(녁,역)’이 들어 있는 한자는 모두 질병이나 아픔과 관계가 있다. 疲(피곤할 피), 痛(아플 통), 療(치료할 료), 疫(염병 역), 癌(암 암) 등.

疾은 (녁,역)과 화살을 뜻하는 矢(시)의 결합이다.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겨드랑이에 화살이 꽂혀 있는 모습이다. 곧 전쟁에서 화살에 맞아 부상당한 것을 뜻한다. 그래서 疾이 급성, 외과적인 이상 상태라면 病은 만성, 내과적인 질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病은 疾보다 더 무서우며 치료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疾患(질환), 眼疾(안질), 痼疾(고질), 痔疾(치질)이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제일 빠른 것이 화살이었으므로 矢 자체에는 ‘빠르다’는 뜻도 들어 있으므로 자연히 疾도 ‘빠르다‘는 뜻을 가지게 된다. 疾走(질주), 疾風(질풍)이 있다. 그렇다면 병((녁,역))중에서도 증세가 빨리(矢) 나타나는 것을 疾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라 불리는 怪疾이 猖獗(창궐)하여 지구촌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초 발생지인 중국 廣東省(광동성)을 벗어나 동남아로 확산되고 있다.

3일 현재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감염자만 22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78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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