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55>櫻 花(앵화)

  • 입력 2003년 4월 8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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櫻 花(앵화)

櫻-앵두 앵 孫-자손 손 捷-빠를 첩

徑-지름길 경 黑-검을 흑 屈-굽힐 굴

뿌리없는 나무 없고 祖上(조상)없는 後孫(후손) 없듯이 部首(부수·일명 邊)없는 漢字도 없다. 部首는 漢字의 뿌리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漢字의 뜻은 部首에 의해 의미의 절반이 결정된다고 해도 過言(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초(초·즉 草)변으로 이루어진 漢字는 ‘풀’, 水변으로 이루어진 漢字는 ‘물’과 각각 관계가 있다. 따라서 漢字를 익히는 捷徑(첩경)은 部首부터 먼저 익히는 데 있다.

櫻은 木과 영(영)의 결합, 영은 다시 두 개의 貝(조개 패)와 女로 되어 있는데 옛날 조개는 화폐와 장식품 구실을 했다. 곧 영은 여인네들이 목에 둘렀던 조개장식으로 지금의 조개 목걸이다. 櫻은 줄에 꿴 조개장식같이 화려한 나무로 앵두나무다. 앵두꽃을 보면 다닥다닥 붙은 꽃잎의 모습이 마치 조개 조각을 실에 꿰어놓은 듯 아름답다.

재미있는 것은 櫻이 ‘벚나무’도 의미한다는 점이다. 사실 두 나무는 모두 장미과의 낙엽활엽관목에 속한다. 물론 꽃의 모양도 비슷하고 열매도 비슷하다. 다만 새빨간 앵두와는 달리 벚나무 열매는 처음 적색이었다가 6∼7월쯤 익으면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버찌다. 이 때문에 버찌를 漢字에서는 ‘검은 앵두’라는 뜻에서 ‘黑櫻’(흑앵)이라고 표현한다.

櫻花는 벚꽃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우리네 마음은 그래도 봄꽃이 있어 녹아내린다.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운다는 梅花(매화)는 志操(지조)와 百折不屈(백절불굴)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널리 있지 않아 쉬이 구경하기는 힘들며 연분홍 수줍은 진달래도 봄을 느끼기에 족하지만 산에 가야 볼 수 있다. 집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데다 봄만 되면 활짝 피어 화사함을 선사해 주는 것으로 벚꽃만한 것이 또 있을까? 온통 흰색 천지를 연출하여 잠시 일상의 피곤함을 잊게 해주어 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일본의 國花라 하여 해방후 한때 잘려나가는 시련도 겪었지만 왕벚나무의 경우,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랑을 받는 꽃으로 둔갑하였다. 벚나무는 주로 북반구의 온대에 자생하며 약 30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봄부터 늦봄까지 꽃이 피는데 우리나라에는 한라산을 비롯하여 전국 산야에 왕벚나무를 비롯한 2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봄만 되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잔치가 벌어져 賞春客(상춘객)을 유혹한다. 진해의 軍港祭(군항제)는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 그 벚꽃이 한창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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