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42>橫 財(횡재)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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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 財(횡재)

橫-가로 횡 畜-가축 축 縱-세로 종

垂-드리울 수 攫-움켜쥘 확 券-문서 권

한자 橫은 家畜(가축)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사립문에 가로로 걸쳐놓은 나무’를 뜻했다. 黃자가 있는 것은 나무가 오래 되면 누렇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橫’은 ‘가로’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橫이 가로라면 세로는 縱(종)이다. 그래서 縱橫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四方(사방)을 놓고 볼 때 橫은 ‘東西’(동서)를, 縱은 ‘南北’(남북)을 뜻하므로 橫이 水平的(수평적)인 평등한 관계를 뜻한다면 縱은 垂直的(수직적)인 불평등 관계를 의미한다. 옛날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南北에다 비유한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儒家(유가)가 지배했던 사회는 엄격한 縱的인 신분질서를 기반으로 하였다. 그래서 君臣(군신), 父子(부자), 男女(남녀), 夫婦(부부) 등 그 어느 것도 평등한 관계는 아니었다. 어른과 아이간에도 長幼有序(장유유서)라고 하여 상하를 구별하였으며 심지어는 같은 혈족간에도 寸數(촌수)를 두어 높낮이를 달리했다. 따라서 당시에 ‘평등’을 주장한다는 것은 無禮(무례), 좀 더 심하게 말하면 不敬(불경)으로 치부될 수 있었다.

이처럼 縱的인 관계가 상식으로 통하던 시대였던 만큼 橫은 異常(이상), 異端視(이단시) 되어 좋지 않게 여겼다. 그 결과 橫으로 이루어진 단어 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재멋데로 지껄이는 것을 橫談(횡담), 남의 것을 제멋대로 가로채는 것을 橫領(횡령),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둔 수를 橫手(횡수), 함부로 포악하게 구는 것을 橫暴(횡포), 두서없이 말하는 것을 橫說竪說(횡설수설)이라고 한다. 또 專橫(전횡)이라면 원칙없이 제멋대로 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橫은 常識(상식)과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뜻하므로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橫에는 ‘뜻밖에’, ‘의외’, 또는 ‘갑자기’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죽는 것을 橫死(횡사), 갑자기 닥친 厄運(액운)을 橫厄이라고 한다.

橫財라면 ‘갑자기 얻은 재물’, 곧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一攫千金(일확천금)이 있다. 우리의 民譚(민담)을 보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금덩이를 주워 橫財했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많다. 지금은 福券(복권)을 사서 橫財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나 橫財는 일종의 不勞所得(불로소득)이다. 또 갑자기 얻은 재물인 만큼 쉬이 새나가게 마련이다. 땀흘려 번 돈이 진정한 재물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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