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스타일/술]스웨덴 키루나 아이스호텔내 바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22분


코멘트
아이스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아이스호텔 투숙객들. 국적은 달라도 함께 북유럽의 겨울을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친구가 된다.사진제공 앱솔루트
아이스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아이스호텔 투숙객들. 국적은 달라도 함께 북유럽의 겨울을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친구가 된다.사진제공 앱솔루트
끔찍한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굳이 얼음으로 만든 집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 터. 하지만 스톡홀름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 정도 거리인 스웨덴의 작은 도시 키루나에 있는 아이스호텔은 환상적인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이스호텔은 요즘이 성수기. 매년 10월 새로 짓기 시작해 1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투숙객을 받는다. 90년 아이스호텔을 처음 고안한 샤스틴 닐슨(여)은 “북극권인 키루나 지역은 최저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겨울이 춥고 길어서 그 특성을 관광상품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면적 5000㎡에 3만톤의 눈과 4000t의 얼음을 사용해 60개의 객실과 교회, 영국의 세익스피어 원형극장을 본뜬 얼음극장을 지었다. 스위트룸의 하룻밤 숙박료는 약 50만원. 아이스호텔에 들면 투숙객들은 전용복장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두툼한 파일럿 유니폼과 이중처리한 방한화, 벙어리장갑, 순록가죽으로 만든 모자로 옷 무게와 부피 때문에 동작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진다.

아이스호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보드카 제조업체 앱솔루트가 운영하는 바. 안으로 들어서니 건물 2개층 높이의 높다란 돔 천장 덕분에 20평 남짓의 실내가 더욱 넓게 보인다. 술을 보관하는 캐비넷부터 테이블 의자까지 온통 얼음. 유일한 금속제인 카운터의 현금출납기가 오히려 낯설다. 모퉁이와 벽면에 설치된 파랑 노랑 빨강의 전등 불빛은 투명한 얼음에 반사돼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등은 냉열전구와 광섬유로 만들어져 전등 열에 얼음이 녹을 염려는 없다.

영어 스웨덴어 독일어 등으로 쓰인 메뉴엔 보드카가 베이스로 깔린 10여가지 칵테일의 이름이 적혀있다. 가격은 1만3000원꼴.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하자 위스키 스트레이트 잔보다 조금 큰 홈이 파인 사각의 얼음 덩어리에 원색의 칵테일이 담겨 나온다. 얼음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되는 천연 온더락 잔이다.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 잔은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잡으면 놓치기 일쑤. 바텐더로 일하는 일본인 나오미(여)는 “얼음으로 만든 잔이라 녹으면 그만이니 설거지 할 필요가 없다”며 웃었다. 얼음 잔은 근처 토르네 강물을 얼린 것으로 오염없는 깨끗한 물이라서 그냥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단다.

한 모금 들이키니 짜릿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얼어붙은 세포들을 일으켜 세운다. 벽에 걸린 온도계를 보니 영하 5도. 칵테일 몇 잔을 마셔도 취기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술’로 알려진 보드카는 무색 무취의 증류주. 투명하고 맛이 깨끗해 칵테일의 베이스로 안성맞춤이다. ‘스크루드라이버’ ‘블랙러시안’ ‘블러디메리’ ‘키스오브파이어’ ‘섹스온더비치’ 등이 보드카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 칵테일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보드카에 크랜베리, 라임 주스를 섞는 ‘코스모폴리탄’이 인기다.

400년 역사를 가진 앱솔루트는 미국의 스미노프, 러시아의 스톨로시나야와 함께 세계 3대 보드카 브랜드로 꼽힌다. 앱솔루트의 홍보대사 피터 앤더슨은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 해 생산량 7000만ℓ를 오로지 스웨덴 남부의 소도시 아후스에서만 생산한다”고 밝혔다. 오염 없는 아후스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겨울 밀과 깨끗한 물이 질 좋은 보드카를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 4일 동안 수백 번의 증류과정을 거쳐 불순물이 전혀 없는 에탄올을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앱솔루트사는 최근 기존의 앱솔루트 보드카, 시트론, 큐란트, 페퍼, 만드린 외에 달콤한 캬라멜 향이 물씬 풍기는 바닐리아를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키루나·아후스=최한규기자 hankchoi@donga.com

▼보드카를 이용한 칵테일▼

(왼쪽부터)코스모폴리탄.보드카커피.리무진.블루토닉

● 코스모폴리탄

보드카 시트론 2/3온스, 코앵트로 1/3온스, 크랜베리 주스 1/6온스 , 라임주스 1/12온스

얼음과 재료를 셰이커에 함께 넣고 얼 때까지 충분히 흔든 다음 여과기를 통해 냉각된 술을 잔에 따른다.

● 보드카 커피

보드카 1온스, 흑설탕시럽 1/3온스, 차가운 커피, 생크림

재료를 담아 가볍게 저은 후 부드럽게 거품을 낸 생크림을 얹는다. 신선하게 만든 커피를 사용하느냐가 맛의 관건.

● 리무진

보드카 시트론 1온스, 토닉워터, 라임 2개

얼음을 넣은 하이볼 잔에 재료를 넣는다. 토닉워터의 양은 원하는 농도에 따라 조절한다. 라임 2개를 V자형으로 자른 뒤 즙을 짜낸다. 얇게 썬 라임 1조각으로 잔을 장식한다.

● 블루 토닉

보드카 시트론 5/6온스, 쿠라사오 1/6온스, 토닉워터

얼음을 가득 넣은 하이볼 잔에 재료를 넣고 얼음 사이로 술을 가볍게 흘려주듯이 재료를 가볍게 넣은 뒤 젓는다. 얇게 썬 레몬조각으로 잔을 장식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