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세균잡는 銀 ‘건강의 발견’

  • 입력 2003년 3월 6일 17시 39분


코오롱과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함께 만든 은사 함유 속옷 ‘라끄떼’.사진제공 현대홈쇼핑
코오롱과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함께 만든 은사 함유 속옷 ‘라끄떼’.사진제공 현대홈쇼핑
은(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건강’이 소비의 주요 코드로 떠오르면서 살균 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은을 넣은 제품이 앞다퉈 소개되는 것. 은을 넣은 제품은 젖병 유아복 이불 등 신생아 용품부터 속옷, 양말, 전자제품, 승용차 시트까지 다양하다.

● 은의 효용

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살균 재료로 널리 사용돼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살균 소독을 위해 은 판자를 사용했다고 하며 미국 서부개척시대에는 우유 그릇 속에 은화를 넣어 우유를 오래 보관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은은 간질 및 경기 등 정신질환과 냉대하와 같은 부인병 예방 및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본초강목에는 ‘은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오장이 편안하고 심신이 안정되며 나쁜 기를 내쫓고 몸을 가볍게 하여 명을 길게 한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최근 한국 소비과학 연구센터와 함께 은 입자를 넣은 용기와 일반 용기에 대해 살균력과 항균력을 실험했다. 대우는 대장균을 넣고 24시간이 지나자 일반 용기에서는 균이 38배 늘었지만 은이 들어간 용기에서는 99.9%가 살균됐다고 밝혔다. 상추를 넣자 일반 용기에서는 3일이 지나자 썩기 시작했지만 은 용기에서는 12일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았다는 것.

대우일렉트로닉스'2003년형 수피아 O2',대우일렉트로닉스'나노실버 클라쎄'

대우일렉트로닉스 냉장고 연구소 한인철 책임연구원은 “은이 세균과 접촉하면 세균막을 터뜨려 세균이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의 개발로 현대에 와서 잊혀졌던 은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적은 양의 은으로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나노 실버’기술이 상용화됐기 때문. 나노(nano)기술이란 10억분의 1m 크기의 분자를 조작해 새로운 성질이나 특성을 얻는 기술이다.

코오롱글로텍도 일반 화학섬유에 은을 얇게 도금하거나 섬유의 막과 막 사이에 은을 넣은 ‘순은사’에 대한 특허를 가진 일본 도요시마사와 독점 계약을 통해 국내에 은 가공사를 공급하고 있다. 코오롱은 “은은 650가지 이상의 병균을 죽이는 가장 강력한 살균제”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에쥬르 등 국내 유아복 업계에서는 코오롱글로텍에서 만든 원단으로 제작한 옷을 내놓고 있다.

● 어떤 제품있나

외쪽부터 프리미에쥬르.엘르뿌뽕의 은젖병,프리미에쥬르 배냇저고리, 아기즈 기저귀

유아용품업체에서 앞다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항력이 약한 아기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들을 공략하는 것.

대표적인 것이 젖병. 직접 아기 입에 닿는 데다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는 게 젖병이라 압소바, 보령메디앙스, 엘르 뿌뽕, 프리미에쥬르, 베이비부, 비비하우스 등 거의 대부분 브랜드에서 은 젖병을 내놓고 있다. 기존 젖병이 7000∼9000원대인 데 비해 은 젖병은 1만2000∼1만5000원대다.

젖병에서 시작한 ‘은 바람’은 여러 가지 출산 준비물에까지 확산됐다. 프리미에쥬르는 은사가 들어간 배냇저고리(1만5000원), 턱받이(9500원), 기저귀커버(1만7000원), 속싸개(2만5000원), 내의(2만7000원) 등을 내놓았다. 이부자리 세트가 29만5000원, 방수요가 5만5000원. 쇼콜라도 겉싸개(9만9800원) 속싸개(2만8000원) 배냇저고리(2만2000원) 우주복(4만3000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아가방 에뜨와에는 이부자리 셋트(31만4000원)와 겉싸개(6만8000원), 엘르뿌뽕은 비누(7만5000원), 유모차(21만9000원), 캐리어(12만9000원) 등을 출시했다. 압소바는 이부자리 세트(27만8000원), 방수패드(6만8000원) 등을, 베이비부는 내의(3만3000원), 배냇저고리(1만8000원) 등을 내놓았다.

면 기저귀 배송 회사인 아기즈(www.agiz.net)는 사용한 기저귀를 수거한 뒤 은 입자로 세척하고 삶아 빨아 다시 배달하는 서비스를 한다. 김동욱 사장은 “은의 살균력을 이용해 삶아 빤 뒤에도 남는 세균을 없애고 있다”며 “12개월 미만의 아기는 월 5만원, 그 이상은 월 4만원이라 일회용 기저귀보다 이용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복식디자이너 이영희씨와 함께 은을 넣은 속옷 ‘라끄떼’를 만들어 현대홈쇼핑을 통해 팔고 있다.

또 2003년형 EF 쏘나타 승용차에는 은사시트가 선택사양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기아의 신차 ‘오피러스’에는 은사시트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될 예정. 여름철 무좀에 효과가 있다는 ‘네오 실버’ 양말도 곧 백화점을 통해 판매될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냉장고 서랍과 냉기공급 덕트 등에 나노실버 기술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 ‘나노실버 클라쎄’와 에어컨 내부의 습기 많은 곳에 은을 넣어 세균과 곰팡이 번식을 억제하는 ‘2003년형 수피아 O2’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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