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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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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뇌가 손상된 뒤 계산능력을 잃어버리는 환자도 있다.
65세 남자 환자 L씨는 뇌졸중을 앓은 후 계산하는 법을 모조리 잊어버렸다.
오랜 동안 가게를 운영해 왔던 그는 3000원 짜리 물건을 사면서 1만원을 낸 손님에게 얼마를 내줘야 하는지 도무지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1929년 독일의 헨첸 박사는 뇌 손상 후 계산을 못하는 증세를 ‘계산불능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1961년 헤칸은 계산불능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실어증에 의한 계산 불능 상태를 말한다. 왼쪽 뇌가 손상되면 더하기 빼기 같은 기호나 숫자를 언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므로 계산을 할 수 없게 된다.
둘째는 오른쪽 두정엽이 손상돼 공간적 구성능력이 떨어져서 계산을 못하는 것이다. 즉 숫자와 기호의 공간적 상호 관계가 헷갈리므로 계산을 할 수 없다.
셋째로, 기호에 대한 이해나 공간적 감각은 정상인데도 계산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다. 엄밀한 의미의 계산불능증은 셋째 경우뿐인데 왼쪽 두정엽의 아래 부분 즉 ‘각이랑’이 손상된 경우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계산의 단위마다 뇌가 담당하는 부위가 다르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뇌가 손상된 환자들 중에도 곱셈은 잘하고 뺄셈은 못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촬영을 통해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곱셈을 할 때는 왼쪽 뇌의 각이랑 부근이 주로 활성화되었고 뺄셈을 할 때엔 양쪽 뇌의 두정엽, 전두엽, 측두엽 등 여러 부위가 활동한다고 한다.
아직 인간의 수학 능력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지만 수학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수학 능력은 언어 능력과 더불어 인간 진화의 하이라이트이며 인간이 가장 고등한 동물로 진화해 왔음을 증명한다. 요즘 지나치게 쉬운 수학 수능시험으로, 그리고 컴퓨터나 계산기의 사용으로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자꾸만 저하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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