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5인이 전하는 새해 이 한마디 "당당히 세상에 맞서라"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6시 54분


김주영씨,이윤기씨,송우혜씨,신경숙씨,김연수씨(왼쪽부터)
김주영씨,이윤기씨,송우혜씨,신경숙씨,김연수씨(왼쪽부터)

《1월 1일, 양띠 해 시작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우리 시대 5명의 소설가가 마음속에 담아 뒀던 소중한 한 마디를 새해 첫날,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이들이 꼽아 준 짧은 구절들은 위로와 깊은 생각, 의연함으로 올 한 해를 또 씩씩하게 걸어가라고 등을 툭툭 두드려 줍니다. 》

:김주영:

“기름진 땅일수록 잡초가 무성하기 쉽다.” (셰익스피어)

―우리의 생활이 풍족해질 때, 즉 성공을 하거나 바라는 것이 이뤄질 때 그것에 탐닉하거나 도취하게 되면 자칫 타락하기 쉽다. 긴장감을 잃는 것은 실패의 원인이 된다. 항상 도덕적 긴장을 유지해 나가는 삶!

:이윤기:

“유담이라는 사람이 강도군이라는 사람을 평하여 말했다. 그 사람,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잘 한다(不能言而能不言).”(세설신어 中)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선비들의 행적을 짤막짤막하게 기록한 책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10여년전 영어로 읽었다. 이제 번역판이 나와서 내 수중에 두 권이 있다. 벌써 몇 차례, 나는 이 책에 나오는 구절구절을 곶감 빼먹듯이 빼먹는다. 아이고, 맛있어라.

:송우혜:

“대지는 우리에게 책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장애물과 겨루어볼 때 비로소 자기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 (생텍쥐페리)

―좋은 말은 때때로 신령한 약이 된다.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한다”고 일깨워주는 의연함은 세상의 팍팍함과 차가움에 상한 마음을 크게 위무하고 치료하는 힘을 지녔다. ‘대지’라는 단어를 ‘세상’으로 바꿔 읽어도 좋다.

:신경숙:

“가난한 사람이 생각에 잠길 때에는 그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릴케)

―‘말테의 수기’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가끔 어디에서든 생각에 잠기는 사람을 볼 때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새해에는 서로 각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각자 놓인 어느 자리에서 나보다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사람, 어느 누구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연수: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그대들은 우선 차안(此岸)의 위로의 예술부터 배워야 한다. 그대들이 전적으로 염세주의자로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나의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웃음을 배워야 한다.”(니체) ―‘비극의 탄생’의 서문에 실린 니체의 이 말은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에 방점이 찍힌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주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에는 주인이 없을 리 없다. 그러니 어떤 경우든 자신에게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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