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민속학적 의미… 양띠, 토끼띠-돼지띠와 궁합 잘맞아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5시 48분


전각 고암 정병례
양(羊)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왔다. 양(羊)자와 상(祥!?상서롭다)자는 서로 통하는 글자. 전각은 집 모양의 바탕에 오른쪽부터 ‘길(吉)’ ‘상(祥!?羊)’ ‘집(集)’이라는 세 글자를 새겨넣었다. 양띠해에는 나라와 집안에 모든 좋은 기운이 모여들라는 뜻. 아래쪽 11마리와 중앙의 양을 합한 12마리 양은 1년 열두달을 의미한다.

2003년은 계미년(癸未年), 양띠 해다. 양은 12지 중 여덟번 째 동물. 시각으로는 오후 1∼3시, 달로는 6월에 해당하며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가리킨다.

한국인은 양에 대해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이 많은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동물이어서 ‘은혜를 아는 동물’로 여기기도 한다. 양은 동료간의 우위 다툼도 없고 좀처럼 싸움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양은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은 한번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의 동물이고 고지식한 면도 있다.

낙랑의 출토 유물중에 양모양 패옥, 양모양 청동꽂이 장식이 있는데, 이처럼 선조들은 양을 길상(吉祥)의 동물로 여겼다. 양(羊)의 글자 형태가 ‘상서로울 상(祥)’자와 비슷하고 음이 ‘밝을 양(陽)’자와 같은데서 비롯됐다. 상형문자인 양은 상서로움을 비롯해 아름다움(美) 착함(善) 옮음(義) 등과 연결된다.

한국에서 양과 관련된 민속은 다른 짐승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소 닭 개와 달리 농경보다는 유목민과 관련깊은 동물이기 때문인 듯 하다. 다만 새해의 첫 양날(또는 염소날)은 상미일(上未日)이라고 해서 전남 어촌지역에서는 출항을 삼가하기도 하는데, 염소가 경솔하다고 하여 사고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제주도에서는 이날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며 환자라도 약을 먹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대신 이날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해가 없다고 믿는데, 그 이유는 양이 온순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양은 한방에서 약으로도 많이 쓰였다. 양고기는 양기(陽氣)를 돋우는 보신, 보양의 음식이자 약재로 여겨진다.

양띠는 토끼띠, 돼지띠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토끼의 코가 양의 코와 돼지의 코를 반반씩 섞었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다. 반면, 쥐띠와 양띠는 잘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양의 배설물이 쥐의 몸에 묻으면 몸이 썩고 털이 빠지기 때문이다.

양꿈은 대개 길몽이다. 태조 이성계는 양꿈을 꾼 뒤 조선을 건국했다고 한다. 양은 선량한 사람이나 종교인, 교육자의 상징으로 ‘양을 죽여 신에게 바치면 진리를 깨닫거나 일이 성사된다’ ‘양을 끌어다 집안에 매면 착한 사람을 구하게 되거나 재물을 얻는다’ ‘양젖을 짜는 것을 보면 사업에 성공하고, 양젖을 마시면 훌륭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다’ 는 등의 꿈풀이가 있다.

<도움말〓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연구원>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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