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1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종덕 전임 사장이 6월30일 3년 임기만료로 물러난 뒤 세종문화회관은 두 달 가량 수장(首長)없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19일∼9월18일 세종문화회관 사장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종문화회관은 10월에나 후임 사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일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세종문화회관 이사회(이사장 구자호)가 세종문화회관 본관 1층에 이사장실을 만든 것을 두고 “사장도 없는 공공기관에서 비상임 이사장실을 만든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이사장은 과거 민추협 대변인과 정치인 P씨의 참모로 활동했고 이명박 시장 선거캠프에서도 일한 바 있는 ‘정치권 인사’.
세종문화회관 이사회는 9명의 선임직 비상임 이사와 대표이사, 이사장, 서울시 기획예산실장과 문화관광국장, 서울시의회 문교위원장 등 5명의 당연직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종덕 사장 재직 당시 급여를 받지 않는 선임직 비상임 이사들은 사무실 없이 사장실을 이용하는 게 관행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구자호 신임 이사장의 요청으로 후원회 사무실을 개조해 이사장실을 마련했다”며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빠른 업무파악과 향후 이사회가 사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게 구 이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연관계자는 “명예직이고 비상임직인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에 대한 예우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이는 신임 이사장이 후임 사장 선임을 앞두고 사전 입지를 강화하려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은 행정업무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공석인 사장 업무를 서울시 문화관광국장이 대행하고 있지만 세종문화회관 예산과 공연을 집행하는 실무자들은 결재를 받기 위해 서울시까지 오가야하는 등 일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10월말부터 대강당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 내년 8월 재개관한다. 갈 길이 먼 배에 사공만 많고, 그나마 너나 할 것 없이 선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이 요즘 세종문화회관의 현주소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