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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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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한국 화가로 활동하는 현봉 정수정(玄峰 鄭洙正·48)씨는 9일 밤 한국 대표팀이 묵고 있는 대구파크호텔로 찾아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호랑이를 담은 병풍(작은 사진)을 선물했다.
모든 선물을 거절해온 히딩크 감독은 정씨가 평소 장애인 등 이웃돕기에 앞장섰다는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고 몇 번의 고사 끝에 정씨의 그림을 받았다.
길이 4.5m, 폭 2.3m의 10폭짜리 병풍은 호랑이 세 마리가 눈 덮인 산을 내려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국미술대상전과 한국현대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 화백의 이 그림은 3000만원 상당.
정씨는 이날 대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은 황선홍 유상철 선수에게도 한국화 한 점씩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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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이 히딩크 감독과 한국 선수들에게 스며들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하는 게 정 화백의 뜻.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이 그림들을 준비해 왔다.
그림을 받은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병풍을 펼쳐보고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좋아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한국 선수를 위해 한국화 7점을 준비해 뒀습니다. 골을 넣는 선수들에게 한 점씩 선물할 생각입니다. 제발 이 그림들을 우리 선수들에게 모두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년째 그림을 그리는 정 화백은 지난해 경북 칠곡군의 장애인복지시설 건립 기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4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기탁하는 등 그동안 자신의 그림을 팔아 소년소녀가장과 노숙자, 불우노인 돕기에 앞장서 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