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앞바다, 청자 '탕잔' 햇볕…고려생활사 연구 새장 열어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11분


해군 해난구조대 수중 전문 다이버 요원들이 비안도 동쪽 해상에서 12세기 고려청자를 건져올리고 있다
해군 해난구조대 수중 전문 다이버 요원들이 비안도 동쪽 해상에서 12세기 고려청자를 건져올리고 있다
변산반도 북쪽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인근 해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저유물 본격 조사에서 총 329점의 고려 청자가 추가 인양됨으로써 해저보물선 존재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 건저올린 청자는 총 783점으로 늘었다.

이는 지금까지 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청자로는 최대 규모. 23일 하루 동안에만도 80여점의 청자가 인양됐다. 지금까지 인양된 청자는 대부분 완형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양된 청자는 주로 대접 접시 잔 등으로 지난달 인양된 청자들과 그 모양이 비슷하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작업의 최대 성과로 커다란 ‘청자 양각 연꽃잎 무늬 원통형 잔’을 10여점 인양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입지름이 10cm 내외인 이 잔은 찻잔이 아니라 탕잔으로 추정된다. 이 잔은 발견된 예가 드문데다 고려인들이 인삼탕을 즐겨 먹었다는 ‘고려도경’의 기록을 입증하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번에 인양된 329점은 15일 조사 착수 이후 불과 4차례의 수중 인양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6월 3일까지 남은 조사기간 동안 수백점의 고려청자가 더 추가인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접시 대접 잔뿐만 아니라 술병이나 주전자 등 다른 모양의 청자가 발견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선박 잔해를 발견할 수 있을지 여부.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서 다량의 청자가 인양되는 것으로 보아 청자를 싣고 가던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선박 잔해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해저 표면이 아니라 해저뻘층 속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발견 여부는 몇 차례 더 인양 작업을 거쳐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날 해저 인양 작업은 해군 해난구조대(SSU) 전문 다이버 4명(2명씩 2개조)에 의해 조수 간만이 멈춘 낮 12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재 작업 중인 구역은 수심 15m 해저의 30×12m 지역.

문화재청과 해군 해난구조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조사 해역에 중심 부표(buoy)를 설치하고 이 부표 주변에 2×2m 폭의 구획틀로 나누어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수 간만이 멈춘 정조 시간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1∼2차례, 30분∼1시간씩 밖에 조사 작업을 할 수 없다.

이날 인양작업은 기상조건이 양호해 1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합동조사단은 이번에 인양된 청자를 수중 조사 현장과 근처에 정박 중인 해군 구조함(평택함)에서 정리 분류한 뒤 곧바로 전남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옮겨 소금기 빼기 등 긴급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보관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최초로 이곳에서 고려청자 200여점을 발견한 어부 조동선씨에게는 적절한 가격 평가를 거쳐 보상이 이뤄진다. 현재 문화재청은 조씨가 발견한 청자에 대해 가격 평가를 진행 중이며 평가가 끝나는대로 평가액의 절반을 조씨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바다나 땅에서 나온 유물은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물이기 때문에 조씨가 발견한 청자는 이미 국가에 귀속됐고 현재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보관 중이다.

비안도〓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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