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어린이책 전문기획 동심여선 문윤희씨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39분


《동심여선(童心如仙). ‘아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라는 뜻의 한자성어이자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의 묘비명이다. 티 없이 맑은 얼굴에 띈 미소같은 이름의 회사 ‘동심여선’은 어린이책을 기획하는 곳이다. 최근 동심여선이 기획한 첫 책 ‘우리 나비’(채우리)가 출간됐다.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비의 생태를 설명한 책이다. 바로 이 출판기획사의 탄생 동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딸이 지난해 유치원에 들어간 뒤 나비와 하루살이에 대해 책을 보고 배우는 것을 눈여겨 보았죠. 여기저기서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해서 내는 어린이책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지 걱정이 되더군요.”

동심여선의 유일한 상근직원인 문윤희 기획실장의 말.

‘정성이 가득 깃든 책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각오로 다니던 출판사를 나와 동심여선을 차렸다. 하는 김에 기존의 어린이책 기획사 차별화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1인 운영 체제를 기본으로, 각 아이템별로 전문가를 섭외해서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구성해 책을 만든다. 기획부터 저자 섭외, 원고 진행, 디자인 진행까지 모두 맡아 일관된 개념이 책에 깃들도록 하고 인쇄 직전단계에 이르러서야 완성을 앞둔 책을 출판사에 넘긴다.

“아동서는 어느 분야보다 기획자가 개입할 여지가 많아요. 작가의 유명세보다는, 기획이 알차고 내용이 좋은 책이 5년이고 10년이고 꾸준히 선택되거든요.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잖아요. 질이 높은 책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동심여선은 ‘우리 나비’에 이어, 어린이 생태기행 시리즈로 개구리 민들레 박쥐를 기획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동물원이나 박물원에 갈 때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림책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은 요즘, 너무나 많이 쏟아지는 어린이책 중에서 어떻게 ‘좋은 책’을 골라서 아이에게 권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부모들이 많다. 어린이책 기획자이자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는데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엄마인 문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책을 가장 잘 고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예요. 아이를 가장 잘 아니까요. 아이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권위있는 기관에서 발표하는 ‘권장도서’를 참고해서 엄마가 최종 판단을 해야지요. 그러나 연령별 권장도서에 집착하기 보다는 아이를 먼저 보아야 해요.”

아이가 발레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는 무용에 관한 책을, 말을 한창 배우기 시작할 때는 ‘말놀이’에 관한 책을 권해 주는 것이 ‘책읽기’ 습관을 길러주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요하기 보다는 ‘책은 즐거운 것’이라고 놀이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문 실장은 덧붙였다.

하루 아침에 뚝딱 출판기획사를 차려낸 것 같지만 그는 타고난 아이디어우먼이자 활동가. 다음달부터는 인터넷의 육아포털사이트에서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을 위해 그림책 코너를 꾸려나갈 계획이다. 그 외에도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아이디어가 마구 생각나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해요. 몇 년안에 ‘어린이 전문 레스토랑’도 만들고 싶어요.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어린이 중심이죠. 인형극도 하고, 어린이책도 잔뜩 둬서 아이들이 맘대로 읽고, 놀이터도 두고 그럴거예요. 정말 재미있는 ‘학습 만화’도 내고 싶어요.”

영화 ‘유브갓 메일’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던 ‘모퉁이 서점’의 멕 라이언이 문득 생각났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 색깔 예쁜 그림책을 읽어 주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꽤 괜찮을 듯도 싶다.

“책 잘 읽는 아이가 모든 걸 잘해요. 책을 읽으면 이해력이 쑥쑥 자라거든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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