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교수 '짐멜 對 베버' 새 사회학 연구틀 제시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41분


19세기 말 ‘사회학’이 분과 학문으로 자리 잡은 이후 사회학 연구의 주요한 틀이 돼 온 ‘마르크스 대 베버’ 구도의 한계를 한국 학자가 지적하고 나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디지털대 김덕영 교수(사회학·44·사진)는 최근 독일에서 발간된 저서 ‘게오르크 짐멜과 막스 베버:사회학 발달과정 비교 연구’에서 ‘짐멜 대 베버’라는 새로운 구도를 제기했다. 독일의 저명 사회과학 출판사인 ‘레스케 + 부드리히(Leske + Budrich)’에서 출간된 이 책은 김 교수의 독일 대학교수 자격 취득 논문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대학교수 자격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며 일반적으로 5∼10년에 걸쳐 취득하는 것으로 독일인들도 힘들어하는 과정이다. 김 교수는 1993년 괴팅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6년만인 1999년 카셀대에서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마르크스 대 베버’의 틀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틀을 찾자는 겁니다. ‘마르크스 대 베버’의 큰 틀은 사회과학이 존재하는 한 없어질 수 없는 중요한 틀이지만 거시적 관점만 다루지요. ‘짐멜 대 베버’의 틀은 현대 사회의 미시적 문제 속에서 ‘근대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질이나 경제 등에 주목하는 카를 마르크스와 이에 비해 인간 역사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막스 베버를 대비시키면 거시적 사회 이해의 틀이 된다. 하지만 게오르크 짐멜(1858∼1918)은 사회적 상호작용, 돈, 유행, 예술, 예술산업, 에로스, 도시, 공간, 노동, 종교 등 현대사회의 미시적 문제를 통해 ‘근대성’을 찾아낸다. 김 교수는 베버의 이론에도 이런 미시적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해서 ‘짐멜 대 베버’의 구도를 통해 ‘마르크스 대 베버’의 틀에서 소홀히 돼 왔던 현대사회에 대한 미시적 시각의 연구틀을 제시한 것이다.

“독일에서도 짐멜에 대한 재조명은 1980년대부터 이뤄졌습니다.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논쟁 과정에서 거대 이데올로기 대신 생활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심을 끌게 됐지요. 짐멜의 사상에서 사회연구의 거대한 광맥을 찾은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 저서의 관점을 담은 논문을 국내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라며 국내 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한국 학계의 ‘나태함’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글 ‘쿠오바디스 코리아’(‘현상과 인식’·2001년 봄/여름호)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국내에 들어와 보니 독일 학계에서 느끼던 ‘지적 긴장감’이 없어 아쉽다”는 말도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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