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밴드 '코바나' 리더 정정배 "라틴음악 본모습 보여줍니다"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12분


정정배(47)는 국내 최고의 퍼쿠션 연주자. 또 국내 유일의 라틴 재즈 밴드 ‘코바나’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을 라틴 음악과 함께 살았다. KBS MBC 팝스 오케스트라에서 드럼 및 퍼쿠션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1990년 브라질로 유학을 떠났다.

“주위에서 한창 줏가가 높은데 ‘웬 유학’이라며 말렸습니다. 그러나 30대 후반에 몇년간 공부해 평생 라틴 재즈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투자 가치가 높은 것도 없습니다.”

브라질에서 2년간 고생한 끝에 어느 정도 배웠다했는데 중미의 라틴 음악은 또 달랐다. 결국 20세기 대중음악의 집산지인 미국 뉴욕에서 라틴 음악과 그것의 세계화를 공부한 뒤에야 라틴 음악을 알게 됐다.

“라틴 음악은 열정적인 댄스로만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라틴 음악에 녹아 있는 시적 가사나 깊은 철학, 아련한 선율 등은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음악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코바나’는 그가 재즈 피아니스트 양준호 등과 의기투합해 98년 결성한 밴드. 4년을 견뎠지만 국내에선 라틴 음악이 카바레 음악정도로 인식되는 처지여서 수익은커녕 운영비도 빠듯하다. 그는 특히 국내 여가수들이 라틴 음악이라며 반누드 차림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면 맘이 편치는 않다고. ‘코바나’의 단원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고 매주 수요일 늦은 밤에 모여 연습한다.

‘코바나’는 올해 대중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2월말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은 전회(8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남미 몇몇 나라의 주한 대사관에서도 이들을 찾기도 한다.

“한번은 어느 대사 부인이 우리 연주를 시험삼아 들으러 왔다가 두시간동안 가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그는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냐’며 연신 원더풀 했어요.”

‘코바나’는 5월3, 4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5월의 초저녁 야외, 라틴 재즈와 살사 댄스의 화려한 어울림은 물론 보사노바 맘보 차차차 등 다양한 라틴 리듬을 들려줄 예정. ‘코바나’는 2일 같은 장소에서 2월 공연 도중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트럼펫 연주자 김월암씨를 추모하는 음악회도 연다. 02-525-6929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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