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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6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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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가 나를 책임지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박세리의 성숙한 모습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한층 당찬 모습을 보인 박세리를 보니, 1997년 미국에 갓 건너간 그녀와의 올랜도에서의 만남이 떠올랐다.
노나CC 헬스클럽에서 말없이 체력단련에 몰입하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며 1인자가 되기 위해 기울이는 엄청난 노력을 확인했다. 또 그 예사롭지 않은 눈빛 속에서 언젠가는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감히 짐작했다. 바로 여고남저(女高男低·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여자선수가 강한 데 비해 남자선수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을 빗댄 표현)를 부각시킨 여성골퍼가 박세리다.
우리나라 여성골퍼 1호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비 이방자 여사다. 필자는 1981년 11월 창덕궁 낙선재에서 이 여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눈가에는 격랑의 시대를 살면서 겪은 슬픔과 기쁨을 모두 용해시킨 듯 고운 잔주름이 배어 있었고, 단아하게 차려 입은 옷차림은 ‘최초의 여성골퍼’나 ‘마지막 황태자비’라는 권위나 위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그저 고운 할머니 같았다.
1920년대 초 영친왕은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일본에서 골프를 처음 시작했는데 주로 일본 황족들과 라운딩을 하다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동반자가 돼 드리고 싶어 골프를 시작했지요. 저 역시 외로움을 달랠 목적도 있었고요.”
이후 영친왕과 이 여사는 유럽여행 중에도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올드 코스에서 영국왕족들과 골프를 즐겼으며, 국내에서는 군자리코스(현 어린이대공원)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이 여사는 골프의 규칙과 매너를 통해 생활규범 및 정신세계를 바르게 잡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골프인구는 남자에 비해 여자가 2배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여자프로만 해도 445명에 이른다.
여성의 스윙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코스와 조화된 골프패션은 매력이 넘친다.
이순숙 월간 골프헤럴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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