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 생각은… "이성친구 반년 이상 안만나요"

  • 입력 2002년 2월 19일 15시 44분


“이성(異性) 친구요? 최소한 6개월에 한번씩은 바꿔야 정상이죠. 요즘엔 1년 이상 사귀면 ‘순정파’나 ‘천연기념물’ 소리 들어요.”

요즘 부모들은 청소년의 이성교제가 ‘인스턴트식’이라고 걱정한다. 적어도 1년은 만나야 진실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다고 믿는 부모세대로서는 청소년들의 사랑 방식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고교생은 한 명의 이성친구와 6개월 이상 교제하지 않는 것이 거의 원칙처럼 돼 있다. 첫 만남과 동시에 불타오르는 감정을 쉽게 사랑이라고 믿고, 열정이 식어버리면 감정도 쉽게 사그라진다.

청소년들의 이런 ‘신인류적 사랑법’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인 프리챌(www.freechal.com)이 최근 고교생 54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성친구와 교제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한 고교생이 전체의 66.2%나 됐다. 3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35.3%나 됐으며 1년 이상 사귄다는 응답자는 16.6%에 불과했다. 6개월∼1년가량 사귄다고 답한 고교생도 17.2%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한 학생이 69.9%로, ‘그렇다’라고 응답한 30.1%보다 의외로 많았다.

특이한 것은 부모 세대와 달리 ‘이성교제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청소년이 많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에서는 이성교제가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지만 요즘 고교생은 이성교제를 통해 학업에 대한 자극을 받고 이성친구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성교제가 학업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한 고교생이 58.8%나 됐다. 물론 이성교제가 긍정적인 영향만 준다는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성 문제에 신경 쓰느라 비교적 공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37.5%나 됐으며 ‘이성교제가 학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3.7%)는 의견도 있었다.

부모와의 세대갈등은 여전히 청소년들의 고민거리였다. ‘평소 부모와의 세대차이로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끔 고민한다’는 학생이 47.6%로 가장 많았으며 ‘자주 고민한다’는 고교생도 23.4%나 됐다. 세대갈등의 이유로는 ‘공부문제’가 41.9%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진로 문제’(25.4%)였다.

부모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부모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자신의 주장은 굽히지 않는다’는 의견이 61.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학생도 25.6%나 돼 이전 세대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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